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 부지이자 2011년 매장문화재로 지정된 '대불호텔 터'가 수년째 흉물로 방치돼 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께 차이나타운 인근인 중구 중앙동 1가 18. 차이나타운의 명물인 공자상으로 이르는 큰 길가에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가 버려진 공터가 덩그러니 있었다. 바로 대불호텔 터였다. 쌓여 있는 눈 사이로 붉은 벽돌 구조물이 보였는데, 그 앞에 대불호텔 터를 알리는 표지판 2개가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이 곳을 지나는 외국인들은 관광지 한가운데 공터가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하고, 이 공터가 어떠한 곳인지를 안 뒤에 또 한번 의아해 한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인근에서 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A(52·여)씨는 "대불호텔 터에 호텔을 복원하고, 그 옆에 작은 공원이 생긴다는 등 소문은 많지만 공터로 방치된 지 오래다"며 "관광객들 보기도 좋지 않고, 쓰레기만 쌓여가 주민들의 항의가 많다"고 말했다.
대불호텔 터는 2011년 5월 상가 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붉은 벽돌 구조물이 발견, 같은해 11월 문화재청이 '원형 보존'을 결정한 매장문화재다. 이에 따라 중구는 오는 3월까지 대불호텔 터를 매입해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구는 부지 매입을 놓고 소유주와 제대로 협상을 못하고 있다. 구는 해당 부지(약 368㎡)를 사들이기 위해 올해 6억원의 예산을 세웠다. 지난해 10월 조사된 이 곳의 감정평가액은 5억4천만~6억원. 이를 근거로 매입 협상에 들어갔지만 소유주가 원하는 가격과 차이가 워낙 커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소유주가 아직까지 구체적인 숫자(금액)를 안 밝히고, 구가 제시한 금액이 적다고만 한다"며 "제3자를 통해 소유주가 20억6천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