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가정오거리 일대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고, 청사진이 제시됐다. 당시 국내 최초의 입체복합도시 건설계획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사업 추진 여건이 악화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 등이 발목을 잡았다.
일각에서는 루원시티 개발 계획의 사업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업 대상지 중앙부 중심상업용지에 고층 빌딩을 세워 금융기관 등을 유치하겠다는 것이 당초 개발 계획이다. 고층 빌딩 사무실을 채우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청라·영종) 조성과 재정비촉진지구 개발 등 여러 사업이 함께 진행됐거나 계획돼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계속 좋을 줄 알았지?'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우려'는 '사업 지연'으로 현실화됐다. 주민들이 떠난 가정오거리 일대는 '유령도시'가 됐다. 인천시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조6천805억원이 집행됐다. 사업 지연으로 인해 1년에 수백억원의 은행 이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의 '라 데팡스'같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너무 흥분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긍정적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차분하게 따져 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현재 루원시티의 중심상업용지를 줄이는 방안이 인천시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 LH는 사업성 '루원시티 사업 추진 전략 수립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올 7월이면 변화된 개발 콘셉트와 추진 전략이 나온다고 한다.
인천시와 LH가 사업 추진화를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하니 반갑다. 근데 걱정이 하나 있다. 손실을 줄이고자 사업성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LH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은 LH가 개발비용을 선투자하고 사업 완료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LH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어려운 구조다.
가정오거리 일대 이주 대상 9천88세대 가운데 9천87세대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또 1천451개 건물 가운데 917개가 철거됐다. 이제는 사업 추진을 그만 둘 수도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동안 인천시와 LH가 루원시티 개발을 방치했다는 것은 아니다. 인천시와 LH가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 지연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