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방관들의 순직사고가 잇따르면서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3년간 경기도에서만 5명의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현재 경기도내 10곳 중 1곳은 24시간 2교대 근무에 머물러 있고, '나홀로 소방서'만 62곳에 달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소방관들의 근무환경 실태를 긴급 점검하고 문제점과 대안을 진단한다. ┃ 편집자 주

도내 10곳중 1곳 2교대
'1인 소방서' 62곳이나
신규 채용 인력 턱없어
"얼마나 희생해야 바뀔까"


20일 화성시 비봉119지역대. 최영태(54) 소방장은 24시간 혼자 근무하는 이른바 '나홀로 소방관'이다. 그는 과거 2차례 대형 화재를 떠올리며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털어놨다. 최 소방장은 "4년 전, 그리고 6년 전쯤 인근 화약공장의 폭발사고때 두 번 다 혼자 출동했다"며 "고압의 물이 나오는 호스를 혼자 끌고 다니며 불을 끄는 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 같지만 실상이 그렇다"고 했다. 또 "현장에 나가면 공기호흡기같은 안전장구를 착용할 여유가 없어 그냥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소방관들이 안전하려면 최소한 2명은 돼야 한다"고 했다.

비봉처럼 1명이 근무하는 119지역대는 도내 모두 62곳.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도마에 오르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최근 1인 근무 형태를 없애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시행되는데 2년이 소요되고 신규 인력 충원이 아닌 기존 인력의 재배치라는 점에서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 24시간 혼자 근무하는 이른바 '나홀로 소방관'인 화성시 비봉119지역대 소속 최영태 소방장이 20일 오후 혼자 사무실에서 출동 대기하며 근무를 서고 있다. /임열수기자

같은 날 오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원천119안전센터. 화재 현장에서 돌아온지 몇 분만에 또다시 출동 지령이 발생, 소방관들이 황급히 뛰쳐 나갔다. 이날 화재 출동인원은 모두 4명. 운전자 2명을 제외하면 실제 진압요원은 2명이 전부다.

10명의 몫을 4명이 나누는 것도 모자라 이들의 근무시간은 24시간에 달한다. 허세창(52) 센터장은 "장시간 근무하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져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며 "3~4명의 인원만 더 확보돼도 3교대로 돌릴 수 있지만 이는 언감생심이며 출동인원 1명만이라도 더 늘었으면 좋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현재 도내 34개 소방서에는 6천179명의 소방관들이 근무중이며 출동인력의 3교대율은 90%에 달한다. 3교대가 실시된 지 6년째지만 아직 10곳 중 1곳에 해당되는 500여명의 소방관들은 2교대로 24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도는 올해 219명, 내년에 218명의 신규 소방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100명가량 뽑던 것에 비하면 2배나 되는 수치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도내 34개 소방서에 119안전센터만 161개에 달해, 내근직을 빼면 신규 채용으로 인한 증원은 센터당 1년에 1명꼴인 셈. 정년퇴직 등의 이유로 자연감소되는 인력을 감안하면 증원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일선 소방관들의 주장이다.

소방관 김모(43)씨는 "인력을 늘려달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쇠귀에 경 읽기"라며 "소방관들이 얼마나 더 희생돼야 문제가 개선될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