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농업도 세계 1등이 될 수 있습니다. 30년 역사밖에 안되는 반도체·조선도 세계 1등인데, 5천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농업이 세계 1등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해 우리 농업의 수출산업화를 위해 공사와 경기도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한 말이다. 우리 농업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심어준 말이라고 생각된다.

고속성장 이면에서 농업은 소외
"개방화 시대 살아남기 힘들다"
비관적 목소리 나오고 있지만
美·英 등 선진기술로 희망 찾아
우리농업도 패배주의 빠져나와
신성장동력으로 인식해야


우리 농업에 대해 "좁은 국토에서 희망이 없다", "개방화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 "공산품 수출이 더 중요하다", "농가인구가 전체인구의 6% 정도이며 국민총생산 비중도 3%에 불과하다"는 등 비관적 견해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농업이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 이유는 농업경쟁력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아도 시장에서 소비자가 높은 값에 구매해주면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다. 농산물 생산을 어떻게 하여 소득을 올리고 유통과 수출 시스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가 글로벌 시대 농업경쟁력의 핵심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농업이 국가 경제의 핵심이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농업을 장려하였다. 농업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토지개간, 수리시설 확충, 종자개량, 농사기술 혁신 등에 주력하였고, 토지제도, 조세제도 등 조선시대의 경제정책도 농업을 근간으로 이루어졌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해방 이후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1960년대에 우리 정부는 숙명적인 보릿고개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생산 증대에 기초가 되는 벼 종자개량을 위해 신품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기존 품종보다 30% 정도 생산성이 높으며 병해충에도 강한 통일벼가 개발·보급되기 시작했다.

통일벼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식량자급을 이룩했으며 경제발전의 기초를 마련했다. 먹을거리 문제를 해결한 우리나라는 '녹색혁명'의 성공사례로 꼽히며 세계 농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식량자급을 통해 얻어진 과실은 타부문의 발전으로 이어져 건설, 조선, 광업, 중화학 등 2차와 3차 산업 발전의 터전이 되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고속성장의 이면에서 농업 부문이 소외되었다. 국민소득은 증대되었으나 농업과 농촌에 대한 투자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신품종 연구, 종자 개발, 농촌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도시로 향한 이농은 농업 인력 부족으로 이어졌고, 투자소홀은 안정적 생산기반 확충이나 연구개발 미비로 이어졌다. 1980년대 이후 급속한 개방화와 글로벌화는 농업부문에 큰 충격을 가져오고 농가소득 감소와 농촌경제의 침체로 이어져 최근까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 강국이 최근 농업에서 희망을 찾기 때문이다. 선진강국의 특징은 농업 선진국이다. 농업은 사람이 먹는 식량이나 가축사료를 생산하는 데에 한정되지 않고 기능성 식품, 의약 소재, 첨단 신소재,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농업을 신산업, 신혁명,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인식하고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 농업도 땅 위에서 햇빛과 물, 공기를 이용해 곡물, 채소, 육류를 생산하는 농업에서 전환해야 한다. 농업은 생산, 유통, 소비, 수출입 과정을 거치며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각종 최첨단 기술이 들어간 융복합산업이다.

재배기술은 물론 온도와 습도 조절, 환경제어, 발광다이오드(LED), 전자, 생명공학 등 최첨단 과학기술이 투입된다. 중요한 것이 인식의 전환이다. 구습을 탈피해야 한다. 농업이 희망 있는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선진국의 현실을 직시하자. 패배주의에서 빠져나와 농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경기도 농업이 앞장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