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동아제약 기업분할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한 결정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28일로 예정된 동아제약 임시주주총회에서 기업분할 및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기업분할 과정에서 박카스 등 핵심사업부가 분리돼 비상장사로 편입될 경우 편법 경영승계 등에 악용되거나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국민연금은 작년부터 의결권 행사를 보다 적극화했다. 그러나 하이닉스의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사 선임과 관련해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음에도 중립 의견을 내놓아 '재벌 봐주기' 논란을 부르는 등 주춤하는 모습도 보였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당시 논란에서 국민연금이 뒷걸음질을 쳐 비판을 받았다"면서 "이번 동아제약 기업분할 반대 결정은 그에 대한 반성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즉, 이번 결정은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의지 또는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개혁연대 채이배 회계사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국민의 투표권 행사와 마찬가지로 당연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사 선임의 적절성 분석 등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긍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사 교체에 대한 주주제안권 등 이야기도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무작정 강화하면 자칫 '연금사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을 역임한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김용하 교수는 "오너가 기업의 지배구조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는 것은 정상적인 행위"라며 "다만 이러한 행위의 위법성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위법하지 않은데도 경제 민주화 바람을 타고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런 상황까지 국민연금이 '정의의 기사'로 동원되기 시작하면 기업들이 공포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공시한 의결권 행사내역 자료를 연합뉴스가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2012년 한해 동안 518차례의 주주총회에 참여해 전체 의안(2천498건)의 81.5%인 2천36건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안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반대한 횟수는 459건(18.4%)이었다. 이러한 반대 비율은 예년에 비해 2∼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 비율은 2008년 5.4%, 2009년 6.6%, 2010년 8.1%, 2011년 7.0% 등 수준을 보여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러한 분석에 대해 "오늘 결정은 의결권 강화와는 무관하게 기업가치 측면에서 원리원칙대로 판단한 결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