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이 선거 후 경제5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중소기업중앙회였다. 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은 재벌 대변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하고 6일 뒤 중앙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을 만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중소기업청 업무보고를 가장 먼저 받았고, 현장방문도 중소기업중앙회부터 시작했다. 중소기업 중심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 조직개편에서 중소기업청의 위상이 제자리에 머물렀다는 점은 옥에 티다.
이런 기류 탓인지, 요즘 금융권에서는 전례없는 광경이 빚어지고 있다. '닥치고 중소기업 지원'이다. 상징적인 일례로, 지방의 한 시중은행이 6천500여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는 인천 남동인더스파크에 조만간 지점을 내기로 하고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비 올 때 우산까지 빼앗던' 이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다.
'손톱 밑 가시 빼기'도 주가를 한창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불필요하거나 과다한 규제를 반드시 개혁하길 바라지만 우려도 없지 않은 게 또한 현실이다. 이명박 정권 역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전봇대 뽑기'란 이름으로 정권출범 초기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수출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만 심화시켰다. 경제민주화와 손톱 밑 가시빼기가 5년 후 비즈니스 프렌들리 및 전봇대 뽑기의 재판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 박근혜 새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서 중소기업 종사자와 관련된 정책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중소기업 상속세 감면 등 오너와 관련된 부분은 부각되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대책까지 마련돼야 진정한 중소기업 대책이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우리 경제의 해묵은 난제다. 넘쳐나는 청년실업자들의 중소기업 취업기피도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대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수준과 복리후생 그리고 열악한 근무환경 등등.
청년들을 중소기업으로 유인하기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이 과제들은 중소기업인 스스로도 풀어야 할 것들이다. 차제에 중소기업인 상속세 감면 등 중소기업 오너들과 관련된 지원을 중소기업 자체의 근로자 처우개선과 연계해 차등을 두고 지원하는 방안도 한번쯤 검토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