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보건복지부는 민간 병원들이 고비용·저수가로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는 일을 기피하는 현실을 고려해 국비 237억원을 들여 부산대병원에 어린이 전문 병원(150병상)을 설립했다.

이어 지난 2007년에도 강원대병원(145병상), 경북대병원(150병상), 전북대병원(221병상)을 선정해 각각 150억원을 지원했고, 지난해에도 전남대병원(200병상)을 추가로 선정해 모두 5개의 어린이 전문 병원을 건립해왔다.

전문병원 경기도 제외 '수도권 역차별' 비판
서울대병원 경기도 어린이환자 21.3% 차지
道 연구용역, 남·북부권에 각각 1곳씩 필요


이 과정에서 경기도는 어린이 병원 건립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어린이 병상을 갖춘 곳이 서울에 제법 있다는 이유 등에서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경기도가 9천70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강원도는 같은 기간 900명, 전라북도는 1천300명, 전라남도는 1천400명에 그쳐 경기도의 10% 안팎 수준에 그쳤다.

경상북도는 2천명, 경상남도도 2천700여명으로 경기도의 20%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경기도가 어린이 전문병원 대상지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현재 전국에 어린이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5곳 외에도 서울시립어린이병원(300병상), 서울아산소아청소년병원(240병상), 서울대 어린이병원(309병상), 연세대 세브란스어린이병원(280병상), 서울소화아동병원(130병상) 등이 있다.

▲ 경기도내 어린이 수가 전국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정작 이들 어린이를 위한 전문병원은 전무해 경기도에도 어린이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는 가운데, 도내 한 병원에서 어린이가 진료를 받고 있다. /경인일보DB 자료사진
경기도에는 성남시 보바스병원에 어린이 병상이 일부 설치돼있긴 하지만 60개 가량에 불과해,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부족한 형편이다.

도내 종합병원은 51곳, 노인전문병원은 6곳에 이르지만 어린이 환자를 위한 전문병원은 전무한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치료를 요하는 어린이 환자 상당수가 서울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게 현실이다.

지난 2011년 기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환자 중 경기도에서 온 환자는 21.3%로, 5% 이하인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립어린이병원 관계자도 "병원을 찾는 상당수의 아동 환자가 경기도에서 온다"며 "수요가 항상 많아 입원치료를 위해 수개월을 대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현재 있는 어린이 병원도 완전히 어린이 환자를 위한 곳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성인 중심의 대규모 병원 내에 설치돼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요양 환경 등이 어린이 중심으로 맞춰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학교나 무균실, 격리실 등 어린이 환자에게 꼭 필요한 시설마저도 재정여건 등을 이유로 설치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체로 어린이 환자들은 장기 입원을 요하는 경우가 많아 최소한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야한다"며 "기존 성인 중심의 병원 시스템은 이런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해 2월, 도내 어린이 병원 설립 필요성과 우수 모델 선정을 위해 연구 용역을 실시한 결과 남부권과 북부권에 각각 1곳씩 어린이 전문 병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여전히 제자리 걸음만 되풀이하고 있다.

/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