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필수곡처럼 되어있는 이 노래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곰에 비유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노랫말의 내용은 사실 엉터리다. 곰은 철저하게 단독생활을 하기 때문에 가족처럼 한집에 사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집에 살기는커녕 자기 영역에 무단 침입을 하면 자기 새끼라도 인정사정없이 몰아낸다.
지리산국립공원 야생에서 작년에 얻은 새끼곰 중 한마리의 아비가 방사곰이 아니고 야생곰일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새끼곰 DNA가 방사곰 DNA와 일치하지 않으면서 방사곰들이 지금까지 잘 들어가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 야생곰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각자 자기 영역이 확실하다 보니 방사곰이 잘 안가는 곳에 야생곰이 있지 않을까 추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야생곰의 DNA를 확보하지 않고 있어 국립공원측에서는 야생곰의 새끼라고 단언하지 못하고 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것이다.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복원하는 일은 단순히 멸종위기종을 복원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지리산 전체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시키는 사업이다. 반달가슴곰은 야생동물 먹이사슬 최상단계에 있는 우산종(umbrella species)으로 다른 생물종들이 자연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계 조절자 역할을 하는 중요한 동물이다. 이런 우산종을 복원하면 아래 단계 먹이사슬에 있는 생물종을 보호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만약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이 없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 생태계의 불균형이 나타나게 되고 멧돼지, 고라니 등이 비대 증식하게 되어 생태계가 파괴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이런 위험을 막고자 우선 2020년까지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의 개체수를 50마리 정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반달가슴곰이 지리산뿐만 아니라 백두대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정도가 돼야 진정한 목표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방사곰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서식환경이 안정화되어 자연번식으로 개체수가 더욱 늘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50마리는 지리산에서 근친교배에 의한 자연도태를 막을 수 있는 최소 개체수이다. 어쩌면 '곰 세 마리~'노래가 사람들의 가족을 비유했다면 '미련 곰탱이'라는 말은 사람들의 미련함을 비유했는지 모르겠다.
이토록 짧은 기간에 야생동물 군집을 미련하게 파괴한 생물종은 사람들 밖에 없다. 파괴하는 것은 쉽지만 이를 복원하려면 몇 백배의 노력과 기간이 필요하므로 단기간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미련할 정도로 꾸준히 복원해야 한다. 미련하게 파괴했으니 미련하게 복원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쯤 지리산 골짜기 어디에선가 반달가슴곰 새끼가 이미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새끼곰에게는 야생에서 수명 15~20년, 생존율 25~40%라는 험난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한집에 살지도 않고 미련하지도 않은 새끼곰아!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잘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