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으로 넘어 가면서
정부의 각종 지원혜택 사라져
중소기업에 머무는 기업 많아
경제민주화 정책도 중요하지만
대기업과의 불공정 관행 없애고
기업 스스로 체질개선 바람직
피터팬 증후군이란 나이나 육체적으로는 이미 성인이 됐지만 정신이나 행동은 여전히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는 현상을 말한다. 경영학에서는 중소기업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고 계속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현상을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한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대기업을 구분하는 용어를 정리해 보면 중소기업은 근로자 수 300명 미만, 3년 평균 연매출 1천500억원 미만, 자기자본금 80억원 이하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 가운데 한 가지라도 넘어서면 중견기업이 된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이 아니면서 상호 출자 제한을 받지 않는 기업이다.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언론 등에 회자되면서 중소기업들 대부분이 정부의 지원과 보호에 안주하면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만이 너무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된다. 문제는 중견기업이 되면 저리의 정책자금 지원, 채용 인센티브, 세제혜택 등 각종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160여 가지의 지원이 사라지고 정부조달시장 입찰 제한 같은 80여 가지 규제를 새로 적용받게 된다.
한편 대기업들의 높은 진입장벽과 독과점적 시장 지배력, 불공정 관행 등은 중견기업이 버티기에 너무나 어려운 환경이다. 따라서 대기업들과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 건전한 중견기업들이 많이 육성되려면 중견기업들에게도 중소기업과 같은 지원정책이 어느 정도 유지되어야 한다.
얼마 전 중소기업의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문제를 수렴하기 위해 '손톱 밑의 가시'라는 슬로건으로 중소기업청에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수렴한 바 있다. 중기청에서 수집한 바에 의하면 266개의 중소기업 애로사항들이 접수되었는데, 경제민주화 부문이 35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주요한 애로 및 건의 사항을 살펴보면 장기 어음 결제, 납품 단가 지연 개선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와 관련된 개선 사항 요청,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감소, 원사업자의 인력 빼가기 개선, 골목상권 침투 방지, 대형마트 벤더 횡포의 자제 등 주로 대기업 중소기업간 거래 관행상의 오래된 구조적인 병폐들에 대한 애로 및 개선 요구사항들이 눈에 띈다. 이러한 대·중소기업의 불공정 관행들은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가시' 정도가 아니라 고질병이 될 상황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는 경제 민주화 정책들에 대한 방향이 잘 제시되고는 있으나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으로 중소기업의 체질 개선 방안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행이 시정되어야 하며, 한편으로는 제도나 규제보다는 국민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 증대 등 국민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꾸준히 홍보하여 중소기업의 위상이 높아지도록 하여야 한다.
중소기업 스스로도 보호의 울타리에서만 기댈 것이 아니라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체질 개선을 위한 지원 방안들, 예컨대 R&D 투자 증대, 우수인력 확보 노력 및 교육, 해외 판로 개척, 시장동향분석 등으로 꾸준히 체질 개선을 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손톱 밑의 가시도 빼내고, 구두 속의 작은 돌멩이도 빼내고, 앓던 이도 빠져서 홀가분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