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에도 한류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한국 최고의 감독 '빅3'의 영화가 윤곽을 드러냈다. 첫 번째 주자는 김지운 감독. 할리우드 첫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가 북미 2천800개관으로 와이드 릴리즈(Wide release) 됐다.
와이드 릴리즈는 북미지역 600개 이상 상영관에서 개봉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소규모로 개봉하는 배급 방식은 리미티드 릴리즈(Limited release)다. 한때 박스 오피스 1위였던 '제로 다크 서티'가 확보한 2천900관보다 적지만 경쟁작 '마마'의 2천400여관 보다는 많았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복귀작이라 화제를 모았으나 개봉 첫주 630만달러로 박스 오피스 10위. 2주차에는 아쉽게도 16위로 떨어졌다. 현재 총 수입 1천만 달러. 제작비 4천500만달러에는 크게 못미친다. 그러나 데뷔작치고는 결코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두 번째 주자는 '잔혹미학'의 대가 박찬욱. '올드보이'로 이미 세계적 감독 대열에 오른 그의 할리우드의 진입작 '스토커(Stoker)'가 29회 선덴스 영화제에서 공개됐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 '웬트워스 밀러'(그는 프린스턴대 영문과 출신이다)가 각본,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기대를 넘는 찬양 일색이다.
버라이어티·할리우드 리포터·가디언 등 외신은 '치밀한 구성' '숨막힐 것 같다' 등 찬사를 쏟아냈다. 히치콕에 대한 오마주였을까. 영화에 등장하는 미아 바시코프스카의 샤워 신은 히치콕의 '사이코' 샤워 신을 능가한다는 평가다.
마지막 주자는 봉준호의 '설국열차(Snow Piercer)'. 국내 영화사가 글로벌 프로젝트로 무려 4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지난 10월 말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아메리칸필름마켓(AFM)에서 스틸을 일부 공개하자 중견배급사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배급권을 따냈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이 회사 대표가 드라맥스 창업주다. 북미를 포함해 영국, 호주, 남아공의 배급이 체결됐다. 크리스 에반스, 틸타 스윈톤, 옥타비아 스펜스, 존 헌트, 송강호 등 출연진도 호화롭다. 이제 할리우드에 한류바람이 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