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저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꿈을 이룬 이들을 생각하며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장애인 국악 공연단 '땀띠' 활동으로 많은 이에게 희망을 줬던 서울 상암고 3학년 이석현(20)씨. 그가 2013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기회균형전형Ⅱ에서 인문대학 인문계열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씨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합격 소식을 듣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며 "응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어머니와 선생님,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생후 8개월 때 뇌성마비를 앓아 뇌병변 2급 장애를 갖게 된 이씨는 양다리와 오른손이 불편하다. 5년 전에는 계속 굽어가는 다리 근육과 뼈 10여곳을 절개하는 대수술을 하면서 학업을 1년 중단하기도 했다.
"오른손이 불편해 글씨를 쓸 수 없어 왼손잡이가 됐는데 여전히 필기할 때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그는 "수리영역 공부를 할 땐 공식을 수없이 쓰다 손이 저려 속상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어머니는 걸을 수 없는 이씨를 업고 매일 등하교를 도왔다. 고교 2학년 때 총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적극적인 이씨에게는 힘이 돼주는 친구도 많았다.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없는 옥상에서 체육 수업을 할 때마다 한 친구가 묵묵히 업어 데려다 주기도 했어요. 어느 날 학교에서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친구들이 사다 준 빵과 음료수가 책상에 놓여 있어 감동하기도 했죠."
2003년부터 장애인 5명으로 이뤄진 사물놀이 공연단 '땀띠'에서 활동한 것은 이씨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힘든 수험생활 중에도 땀띠 공연에는 빠진 적이 없다.
그는 "장애를 큰 치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병원 생활을 오래 하고 어린 시절 친구들의 놀림도 받아 소극적이던 성격이 땀띠 공연 때 낯선 관중이 많은 무대에 서면서 적극적으로 변하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작년 땀띠를 통해 친화력과 열정으로 장애를 극복한 모범 학생으로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땀띠는 평창 스페셜 올림픽 개막 공연 무대에 서기도 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해 교수나 연구원이 되고 싶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싶어요. 땀띠 활동도 계속해 전문 국악 연주자의 꿈도 함께 이룰 겁니다. 부족하지만 '재능 기부'를 통해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겠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