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루원시티 사업지구 원주민에 대한 이주대책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LH가 사실상 '각서'와 다름없는 이주신청서를 받고 있어 원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3일 LH 인천지역본부와 루원시티 원주민 등에 따르면, LH와 인천시는 루원시티 사업으로 살던 집을 잃은 원주민 7천여명에게 '이주대책 및 특별공급 신청서'를 지난달 초 발송했다.

이주할 아파트로 서구 '가정택지'와 '루원시티' 중 하나를 분양(임대 포함)받거나 이주정착금(500만~1천만원)을 받아가라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주대책 아파트의 분양시기 및 공급가격, 규모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LH가 원주민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LH는 안내문에서 "신청접수 마감인 2월 28일까지 신청하지 않을 경우 신청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처리하겠다"고 했다. 또 신청서에는 "신청내용을 변경할 경우에는 이주대책 제외 등 LH의 어떠한 처분에도 일체의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LH는 또 신청서와 함께 인감증명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이에 주민들은 "신청서를 빌미로 주민들에게 족쇄를 채우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빌미로 LH가 주민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원주민 사이에선 이주대책 아파트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내용을 번복할 수 없는 신청서를 선뜻 작성할 수 없다는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까지 LH에 신청서를 보낸 원주민은 전체 15%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H는 '설문조사 수준의 신청서'라는 알쏭달쏭한 대답을 내놓았다.

LH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정확한 이주대책 아파트 공급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주민들이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미리 파악하려는 행정적 수순일 뿐이다"며 "(변경금지 및 기간내 신청 강제는)회수율을 높이고 설문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나중에 바꿀 수 있다"라고 했다.

루원시티입주자 연합대책위 박문봉 위원장은 "말로는 설문조사라고 해도 결국 증거가 되는 것은 문서일 텐데 LH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하다못해 옷을 고를 때도 가격, 디자인, 사이즈를 다 따져서 고르는데, 이주계획이 전무한 상태에서 신청을 받고 또 바꿀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