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박근혜정부 인수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보고를 받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남한에서의 고구려박물관 건립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며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할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지난 30년동안 남한지역에서는 많은 고구려 유물과 유적이 발굴됐다. 해방 이후 최대의 발굴이라고 평가하는 중원고구려비(中原高句麗碑)를 위시하여 연천 호로고루성, 아차산 고구려 보루(堡壘) 등을 발굴함으로써 많은 유물을 찾기도 했다.
특히 70년대말 단국대학교박물관에 의한 중원지역 답사에서는 여러 곳에서 새로운 유적이 조사됐다. 중원경 치소로 평가되고 있는 가금면 탑평리사지 일대에서 처음 고구려계의 와당(瓦當)이 나왔다.
지난 2000년대 초 아차산 홍루봉 발굴에서도 고구려 수도였던 평양과 집안(集安) 궁궐지나 절터에서나 출토되는 연화문와당이 나와 학계를 흥분시켰다. 고구려가 이 일대를 남방공략의 거점인 남평양(南平壤)으로 삼았다는 고 기록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많은 유적과 유물이 발굴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구려 역사 유적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을 제고하는데 크게 공로한 지방자치단체는 구리시다. 현 박영순 시장은 지난 8년여동안 아차산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학술조사와 심포지엄들을 통해 고구려 문화의 재조명에 힘썼다.
시내 중심가에는 광개토대왕의 동상을 세워 도시의 특색을 살리고 역사적 기상을 드높였다. 아차산 중턱에 드라마 세트장인 고구려 민속촌인 대장간 마을을 지어 후세교육과 고구려 문화를 각인시키는데 주력했다. 또 아차산 일대에 대규모 '고구려테마공원'을 기획하기도 했다. 박물관 건립은 이런 다각적이고 정열적인 시정(市政)과 관계 학자와 뜻있는 시민들의 노력 결과로 풀이된다.
학자들은 한반도의 진정한 민족통일은 고구려 역사를 포용하고 우리의 정통 역사로 인식, 계승 발전시키는데 있다고 한다. 중국은 지금 소위 동북공정 기치 아래 고구려를 자국의 지방사라고 주장하며 중국사에 편입시키고 있다. 이런 중대한 시점에 우리는 잠을 자고있는 것은 아닌지, 한·중 관계를 너무 의식하여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 발전에 긍정적인 것인지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역사를 지키는 것은 국민된 임무다.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대응과 역사 고고학계의 분발을 촉구한다. 고구려박물관의 건립에 우리 역사의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