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1시 가을의 투명한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용인시 수지읍 신봉2리 광교산 자락은 우거진 숲과 코끝을 자극하는 솔향기로 가득했다.
 수지 2지구의 회색빛 아파트단지를 관통하는 23번 국도에서 신봉2리 광교산 자락까지 이르는 5㎞의 외길을 따라 달려온 이 곳에는 맑은 계곡물이 형형색색의 단풍을 그대로 담아내 더없는 가을의 정취를 내뿜었다.
 눈앞에 보이는 광교산 형제봉을 찾은 가족 단위의 등산객들은 숲 구석구석에 퍼지는 까치 울음소리를 뒤로한 채 산행을 계속했다.
 그러나 형제봉을 불과 500여m 앞둔 지점.
 갑자기 울창하던 숲은 온데 간데 없고 잘려나간 뒤 흉하게 남은 나무의 밑둥만이 지뢰처럼 사방에 깔려있었다. 지름 50㎝의 거목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살벌한 굴착기의 바퀴자국은 낙엽 위로 선명한 흔적을 드러냈다.
 수원과 용인시민들의 최고 휴식처인 광교산이 난개발에 잠식돼가고 있는 현장이다. 주택사업자인 C기업과 이모씨가 지난 6월 용인시의 허가를 받아 각각 8세대와 11세대의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지난 19일 계곡 양쪽으로 3천평씩의 산림을 무참히 잘라낸 것이다.
 13대째 신봉2리에 살고 있는 주민 이상학씨(44)는 “이미 광교산 밑자락까지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섰다”며 “이제 산 중턱까지 난개발이 이뤄져 광교산 파괴는 시간문제”라고 안타까워 했다.
 현재 신봉2리주민들은 80세대의 원주민들을 주축으로 대책회의를 열고 전원주택개발 저지를 위해 환경단체들과 연계, 시청을 항의방문하고 공사중지를 위한 투쟁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창우이장(46)은 “어린시절 부모님들이 땔감을 주워 수원에 내다 팔고 머루와 다래 등을 캐먹던 산이 몇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정에도 용인시는 허가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법적으로 건축허가를 내줄수 밖에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이 지역은 도시지역내 자연녹지지역으로 건축허가가 가능하다”며 “난개발을 이유로 법적인 근거없이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王正植기자·wj 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