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은 동구에서 100여년 동안 가장 낙후된 쪽방촌이다. 2만여㎡ 부지에 얼기설기 엮은 400세대 700여명이 어려운 주거환경 속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길과 다닥다닥 엉겨 붙은 집에는 방 한 칸에 부엌이 전부다.

세대별 공간이 약 10㎡로 옹색하기 그지없고, 대부분 화장실이 없어 멀리 떨어진 공동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도시 속의 판자촌·쪽방촌은 갈 곳 없는 노동자들과 피란민들이 하나 둘 정착한 곳으로 가난과 굶주림의 애환이 서려 있는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한마디로 설움과 인고의 세월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쪽방촌을 지날 때면 늘 가슴이 아프다. 보릿고개가 무서웠던 1960년대보다 더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마주하면 마음이 아려온다. 그들도 우리처럼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고 싶다. 역대 시장과 구청장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재개발을 꿈꿨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포근하고 안락한 주거 시설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말이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이 잠시도 떠날 날이 없었는데, 안타깝게도 현행 법과 제도로는 주택재개발 사업이 불가능하다. 쪽방촌 주민들은 경제적 능력과 자립 능력이 없어 주택 소유에 대한 개발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른 재개발 재건축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쪽방촌 사람들을 구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색된 것이 이른바 '100% 정부지원사업'이다.

다행히 지난해 9월 26일 '괭이부리마을 보금자리 주택 건설' 착공식을 가졌다. 3천여㎡ 부지에 임대주택 98세대와 주민 공동시설, 주차장 등이 들어서게 된다. 재원은 모두 국비와 시비로 총 175억원이 투입되며 올해 9월에 완공된다. 여기에 관내 기업체 지원으로 김치공장을 설립하여 입주민들의 자활을 안정적으로 도울 것이다.

9월이 되면 쪽방촌 사람들도 깨끗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밝고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해서 2018년까지 주민 주도로 노후주택을 보수하거나 개선하는 현지 개량사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더 나아가 공동 작업장과 빨래방, 창고 등 주민 중심의 편의시설도 설치될 예정이다. 이렇게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게 되면 쪽방촌은 활기차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실로 놀랍고도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된 데에는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의 변화가 한몫했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개발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은 기업의 이익추구가 목적이나 이곳은 원주민을 위한 재정착 사업으로서 지자체가 직접 사업에 뛰어든 흔치 않은 경우이다. 각종 제도적 규제와 원주민의 개발부담 문제를 일시에 날려버린 정책이다. 이제 주변 마을과 견줄 수 있는 균형발전의 시초를 열었기에 감개무량하다. 여러 가지 제도적·재정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큰 변화를 이뤄냈다. 이것이 참모습의 행정이 아닐까 한다.

교량·도로 등 사회 간접 자본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좋지만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이야말로 사람 살리는 정책이라고 본다. 개발의 원동력이 되어 준 송영길 인천광역시장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제 만석동 쪽방촌은 우리와 하나 되는 공동체로서 아름다운 보금자리 주택 마을로 바뀐다. 쪽방촌의 따뜻한 발전과 함께 꽃피운 사회적 화합의 기쁨을 8만여 동구 구민과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