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권이 참여한 저축장려는 개발연대인 1980년대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각은 그리 썩 좋지만은 않다. 당장 얇아진 지갑에서 저축할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계속되고 있는 저성장, 저금리 기조 속에서 저축을 통한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집값 하락 등으로 하우스 푸어가 속출하는 등 주택담보 대출금 갚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이들 금융권의 목소리는 단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우리나라 총저축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30.4%를 기록, 1982년 3분기(27.9%) 이래 가장 낮아졌다. 총저축률이 낮아지면 국내에서 투자자금을 충분히 조달하기 어려워지고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힘들어진다.
총저축률을 까먹는 주범은 개인저축률이다. 1988년 총저축률에서 개인저축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13.5%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2011년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인 2.7%를 기록했다. 4.2%인 미국보다 낮은 수치다.
가계부채 급증과 노령화의 급진전으로 저축률이 더 하락하면 투자재원 부족, 양극화 심화, 복지예산 급증은 불보듯 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와 저축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산 규모가 줄고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로 삶에 여유가 없다 보니 서민들은 씀씀이를 계속 줄이고 있다. 이 같은 소비 부진은 저축률이 하락하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상황은 심각하다. 저축 때문에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저축도 못하고 소비도 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은 슬플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서는 세계 경기회복으로 수출이 늘고, 고용창출, 소득증대,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가장 좋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 시나리오는 최근 일본의 엔저정책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래가 밝다면 자연스럽게 저축은 많아지게 마련이다. 근본적으로는 사교육비 경감과 물가안정 등을 통한 실질적인 소득증대를 이끌어내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늘어난 기업저축이 투자로 이어져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역량 집중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저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