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께부터 지난 7일까지 보름간 터키 남부지역을 돌았다. 이슬람 국가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친근한 나라이기에 꼭 가보고 싶었다. 이스탄불에서부터 이즈미르 에페소 파묵칼레 안탈리아 콘야 갑파도기아 국경지대인 안타키아와 가지안텝까지 남부지방은 거의 둘러보았다.
터키 민족은 본래 돌궐족으로 고구려시대 군사적 동맹관계를 통해 당나라의 침략을 물리쳤던 역사를 가졌기에 우리나라를 형제국으로 역사교과서에 기록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지중해성 기후가 겨울이 우기(雨期)라고는 하지만 푸근한 날씨가 계속됐다.
서기 500년대 돌궐족(투르크=터키族)이 중앙아시아 몽골을 근거로 돌궐(突厥)제국을 세웠을 때는 지금의 우리의 얼굴 모양과 비슷한 몽골인의 얼굴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唐)나라에 쫓겨 서쪽으로 옮겨 가는 과정에서 이란, 아랍인들과 혼혈하여 서양사람을 더 닮은 지금의 터키 사람들이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6·25 당시에도 미국 영국에 이어 1만5천명의 군인을 파병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당시 우리 전쟁 고아들을 터키군이 많이 거두어 먹여살렸다고 한다. 터키 병사들은 부대에 고아들을 데리고 와서 씻기고 먹이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과 4강에서 만났던 나라. 아직은 개발도상국에 있기는 하지만 경제성장률 8~9%대의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건설 붐이 일어 어디서나 건물을 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절버스로 에페소로 가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르자 한 무리의 터키 초등학생들이 나타났다. 점퍼차림의 나를 보자마자 "강남스타일" "코레아"를 동시에 외쳤다. 나도 모르게 "강남 스타일"을 외치며 말춤을 추기 시작하자 같이 따라 했다. 어떤 어린이는 처음 춰보는 나보다 훨씬 동작이 유연했다.
가지안텝 공항에서 이스탄불로 오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쁘게 생긴 터키 아가씨가 우리 일행에게 다가왔다. 영어는 못한다며 터키 말로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며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다.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탤런트에 대해 우리보다 더 잘 안다.
다음에 오면 자기 집에 꼭 들르라며 아예 눈물까지 글썽거린다. 어떻게 한국인인줄 알았느냐고 통역이 물으니 내가 입고 있는 점퍼를 보고 알았단다. 여자는 파마 머리 모양만 봐도 금세 알아본다고 했다. 휴대전화에 녹음돼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들려주기도 한다. 비행기 탑승시간까지 우리를 놓아주질 않은 병원에 근무한다는 23살의 아가씨는 잠깐동안의 만남도 아쉬운지 일일이 포옹을 해준다.
지난해 12월에는 터키 TV 오디션 '터키 갓 탤런트'라는 프로그램에는 7세 어린이가 싸이 '강남스타일'로 도전장을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 어린이는 블랙 수트(정장)에 싸이 특유의 선글래스까지 착용, 완벽한 '리틀 싸이'로 변신했다.
또 한국어로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말춤'까지 선보여 심사위원들과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이스탄불의 바자르 시장에서도 점포의 종업원들마다 '강남스타일'을 외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 사람인 것에 어깨가 절로 으쓱해졌음은 물론이다.
한국 사람들과 터키 사람들이 친해져야 하는 진짜 이유는 '강남스타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고구려와 돌궐의 동맹, 한국전에 참전했던 혈맹, 한일월드컵에서의 3~4위전 만남. 볼 것도, 과일을 비롯한 먹을 것도 많은 나라였지만 사람들이 너무 따스했다. 유럽의 재정위기에 굴하지 않고 8~9%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나라다.
3월부터는 양국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한국과 터키의 FTA가 발효될 전망이다. 지금도 한국 자동차와 택시가 터키 거리를 누비고, 사람들의 손에는 한국산 휴대전화가 들려져 있다. 조상 때부터 친했던 터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개강하면 터키 유학생 하산을 꼭 찾아 커피라도 한 잔 나눠야겠다.
터키도 지금 '강남스타일'
고구려시대부터 군사적 동맹 '형제국' 인연
싸이열풍에 곳곳서 '환호' 한국인 자부심 느껴
FTA 발효앞둔 양국, 뿌리깊은 우정 되새겨야
입력 2013-02-1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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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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