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불산(불화수소) 유출 사고가 났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인근의 불소 농도가 기준치 이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환경연합 산단환경개혁네트워크 주최로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철 카슨 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사고 발생 지역 인근 식물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불소 농도 추정치가 2.59ppm에 달하는 곳이 있었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불소 노출 기준은 0.1ppm, 작업장 안전기준은 0.5ppm이다.

시민환경연구소가 지난 7일 사고 발생 지역 반경 2㎞ 내 9곳에서 불소 농도를 측정해 추정한 대기 중 불소 농도는 0.02ppm부터 0.19ppm, 0.63ppm 1.42ppm 등이었고 한 곳은 2.59ppm(하루 노출 기준)에 달했다.

연구소가 구미 불산사고 당시 같은 방법으로 사고 현장 반경 2㎞ 내 9곳을 측정한 결과 공기 중 불소 농도 추정치가 0.13ppm부터 2.82ppm, 3.57ppm으로 검출됐고 최고치는 4.64ppm 이었다. 또 반경 2㎞ 밖에 있는 초등학교와 대학교 내 불소 농도 추정치도 각각 0.52ppm, 0.18ppm 이었다.

이번 측정 결과는 환경과학원이 지난 1일 불산 탱크 옆 1m 지점에서 0.004ppm의 불소 성분이 미량 검출됐을 뿐 누출 지점에서 790∼1천560m 떨어진 외부에서는 불소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던 내용과 차이가 있다.

김 부소장은 "사고 지역을 중심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조사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환경과학원은 사고 지역 주변을 무작위로 몇 군데 찍어 조사한 것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환진 환경부 화학물질과 사무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판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안전진단 강화, 유해화학물질 관리 기준 강화, 산업단지·주거 지역간 최소 이격거리 규정 마련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호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고 이전의 자료가 없어 정확한 피해 수준을 추정하기 어렵다"며 "화학물질 이외에도 대기오염, 폐수방류 등으로 산업단지 지역 주변 생태계가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생태계 영향을 예방하고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열 환경재단 대표는 "산업 초기에나 일어나던 위험물질 유출 사고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은 '나사가 빠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방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산업단지 지역의 지속적인 환경감시를 위해 환경연합 21개 지역조직이 연대해 '환경연합 산단환경개혁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