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14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임시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1차 조각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일부 장관 내정자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의혹 제기가 집중되는 양상으로 이들은 재산부터 공직 퇴임 후 경력까지 검증대에 올랐다.

김 내정자의 경우 2000년 초 본인 명의로 서울 반포동의 아파트를 매입한 것과 1990년 부인 배모씨 명의로 충북 청원군의 땅 1만2천여㎡를 사들인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반포동 아파트는 김 내정자가 매입할 당시 재건축이 논의되면서 투기 열풍이 불었던 곳이며, 청원군의 땅도 매입 직후 주변에 대학 2곳이 들어서면서 땅값이 폭등한 곳이어서 투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배씨는 청원군의 땅의 절반을 2010년 차남에게 증여했다. 김 내정자 측은 "전역 후 거주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20년간 보유하고 있으며, 증여세는 정상적으로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김 내정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 노량진의 아파트는 부인 명의로 돼 있었는데 2011년 장남과 차남에게 절반씩 증여돼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증여세를 제대로 냈는지도 주목된다.

김 내정자는 1986년 부인 및 당시 8살이던 장남 명의로 경북 예천군의 임야 21만여㎡를 매입했는데 장관 후보로 내정된 뒤 증여세 미납 논란이 불거지자 14일에야 증여세를 납부했다.

재산을 둘러싼 논란뿐만 아니라 공직 퇴임 후 경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육군 대장으로 예편한 뒤인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무기를 중개하는 Y업체에 비상근 자문이사로 근무하면서 자문료 형식으로 고정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육군 차기 전차인 K2 전차에 들어가는 독일제 파워팩(엔진+변속기) 수입을 중개해 김 내정자가 K2 전차에 국외 파워팩을 적용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내정자는 퇴임 후 자신의 전문 분야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코스닥 상장업체인 동양시멘트의 사외이사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내정자도 재산 문제가 불거졌다. 부인인 최모씨가 1999년 경기 용인시 수지의 5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황 내정자 부부는 서울 잠원동 아파트에 살아왔으며, 수지 아파트는 전세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 수지는 2000년대 '버블세븐'(부동산 거품이 많은 수도권 7개 지역)으로 분류되는 등 대표적인 부동산 투기 지역으로 지목돼 온 곳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자택으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내정자가 2010년 공직자재산신고에서 배우자가 보유하던 개인채무 4천500만원을 상환했다고 소명했으나, 예금은 오히려 전년 대비 총 4천800여만원이 증가한 점에 대해서도 자금 출처를 둘러싸고 의혹이 있다.

황 내정자는 이외에도 1980년 두드러기 질환인 '만성담마진'이라는 피부질환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을 놓고 병역회피 의혹이 일고 있으며, 성균관대 석사 학위 논문 작성 시점과 관련해서는 특혜 의혹도 나왔다.

이에 대해 황 내정자는 "정당한 사유로 면제 처분을 받았으며 석사 취득도 당시 학칙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황 내정자에 대한 '역사관'도 논란거리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은 "황 내정자가 2009년 저술한 집회시위법 해설서 인사말에서 4ㆍ19 혁명을 혼란으로 표현하고 5ㆍ16 군사쿠데타는 혁명으로 미화했다"고 주장했다.

박 당선인 측은 장관 내정자를 지명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사전검증이 이뤄졌기 때문에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잇따라 터지는 의혹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장관 내정자의 경우 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지만 야당이 논란이 된 일부 내정자의 임명을 고리로 정부조직개편안이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 제동을 걸면 상황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취임 때도 야당이 일부 장관 내정자 임명에 반대하면서 한승수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와 연계시켰고, 일부 내정자가 사퇴하고서야 총리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한 측근은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름대로 검증을 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고 본인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해명이나 설명을 할테니 지켜보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당선인 측 관계자는 "검증을 꼼꼼히 했다고 하는데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의혹이 다시 터지니 걱정"이라며 "야당이 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제대로 임명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