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바비큐 치킨 가게에서 성공을 찾다
무일푼 상황서 전국 누비며 시장조사
포장까지 챙기며 꼼꼼하게 창업 준비
틈새시장 연구… 자신있게 1호점 출점

기존 치킨업계와의 차별화 전략 '적중'
매콤 한식소스 등 소비자 입맛 사로잡아
코리아 숯불 바비큐 성대점 '문전성시'
창업 6년만에 300호점 넘어서 승승장구

육상선수 출신 CEO, 체육계로 '금의환향'
연맹회장 취임후 장학기금 5억원 마련
도생활체육회장 맡아 행사 손수 챙겨
"오랫동안 기억 남을 수 있게 힘쓸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프랜차이즈 창업시장. 여기에 치킨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손꼽힌다.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생겨나고 또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치킨시장에서 15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사수해 온 (주)TBBC 이원성(55) 회장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는 '성공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고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불변의 진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 프랜차이즈 치킨시장에서 15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사수해 온 (주)TBBC 이원성 회장은 제주흑도야지, 제주살레 등 6개 제주형 프랜차이즈를 론칭한데 이어 올해 6개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제2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건축회사 사장이 된 육상선수

화성 매송면 출신인 이 회장은 수원 남중(현 영신중)과 육상 명문인 배문고를 거친 후 1970년대 말 당시 최고의 직장으로 불리던 삼보증권 육상실업팀에 스카우트될 정도로 육상계에서 알아주던 5천·1만m 중장거리 선수였다.

하지만 1983년 12월 삼보증권이 대우증권에 합병되면서 자연스럽게 육상실업팀은 해체 수순을 밟게 됐고 그도 어쩔 수 없이 육상화를 벗어야만 했다.

이 회장은 "당시 호황을 누리던 증권사는 좋은 직장으로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었다"며 "군에서 제대한 뒤 복직하고 얼마 안 돼 평생직장으로 여겼던 증권회사가 인수합병 되면서 한 순간 실업자가 됐다"고 회고했다.

트랙을 떠나야만 했던 그는 얼마동안 모교인 배문고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다 영업사원을 거쳐 대전시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서 고급주택을 건축하던 선배의 건축회사에 들어가 일을 했지만 선배가 부도를 내고 도주하는 바람에 다시 실업자로 내몰릴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이 회장은 선배가 짓다가 중단한 대덕연구단지 내 연구원의 주택을 자비를 들여 완공해 주면서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들의 신뢰를 높였고 이후 대덕연구단지 주택사업으로 건축업의 기반까지 쌓았다. 1993년 수원으로 돌아와 다세대주택을 위주로 회사 규모를 키워갔지만 1998년 IMF라는 역풍을 맞으면서 그도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했고 회사는 부도를 맞게 됐다.

이 회장은 "IMF를 앞두고 지인들의 건물을 많이 지었는데 오히려 지인들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사업이 발목을 잡혔다"며 "그 때는 폐인처럼 매일 술로 시간만 보냈다"고 말했다.

▲ 2011년 8~9월 용인시 서리와 수원 인계동에 문을 연 제주살레는 매장 오픈과 함께 브랜드 론칭행사에 개업 축하 화환 대신 20㎏짜리 쌀 300포대를 기부받아 불우이웃에게 전달했다.
#시장조사로 일궈낸 성공신화

허름한 바비큐치킨 가게를 종종 찾던 이 회장은 치킨시장에서 바비큐가 아이템으로 사업성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시장조사에 들어갔고 몇몇 미군 부대 주변을 제외하곤 프라이드와 양념치킨만 있다는 것을 파악하곤 바비큐 치킨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치킨시장에 뛰어들기로 마음을 잡은 그는 생닭을 반쪽씩 나누는 이각작업부터 여러 조각으로 쪼개는 작업까지 일일이 실험을 해보고 다른 프랜차이즈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화로 할 것인지 아니면 숯불구이로 할 것인지, 또 초벌구이와 단무지, 포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꼼꼼히 챙기면서 창업 노하우를 키워갔다.

이 회장은 "무일푼의 상황에서 시장조사부터 해보자는 생각으로 전국의 바비큐치킨 가게를 찾아다녔다"며 "시장조사를 하면 할수록 바비큐치킨의 성공에 대해 확신이 들었고 자신감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성공을 확신하게 된 그는 1998년 3월 1호 직영점인 '코리안 숯불 바베큐 수원 성대점'을 오픈했다. 매운 맛의 한식소스, 새콤달콤한 양식소스 등으로 기존 후라이드 치킨과 차별화하고 매장과 주방을 오픈 형으로 꾸며 시각적인 효과를 얻도록 하고 건축업 경험을 십분 발휘, 우울했던 사회분위기에 맞춰 실내 인테리어도 원목테이블, 항아리 소품, 나무기둥 등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성대 1호점은 '대박'이 났고 수원, 화성 등 경기남부를 중심으로 가맹점포가 급속히 늘었고 창업 6년만인 2004년 3월에는 전국 300호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철저한 사전조사 등 준비와 1호점 성공으로 누구에게나 창업을 권유할 수 있었다"며 "자금력을 이용한 광고보다는 빨리, 그리고 먼 곳까지 직접 배달하는 마케팅에 주력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업 초기 가맹점주들과 믿음과 신뢰가 있었고 가맹점주들도 인근 점포에 초벌 닭을 빌려주거나 바쁜 점포를 대신해 배달해 주는 등 가맹점포간 협력을 통한 상생노력이 더해져 승승장구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004년 AI(조류인플루엔자) 파동으로 배달 위주의 치킨시장이 아사(餓死) 직전까지 내몰렸지만 TBBC는 호프와 곁들여진 성인위주의 매장 운영으로 업계 최고의 자리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맥주전문 브랜드 BMF(2006년 9월) 론칭, 미국 현지법인 설립(TBBC BBQ.INC) 및 LA 직영점 오픈(2008년 4~5월), 제주 농·수·축산 전문브랜드 제주살레 론칭(2008년 12월), 필리핀 마닐라 1호점 오픈(2012년 1월) 등 지금도 성공신화를 써 나아가고 있다. 이 회장은 늘 가맹점주들에게 "욕심 없이는 장사를 하면 안 되고 남보다 부지런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주)TBBC의 코리안바베큐는 매장과 주방을 오픈형으로 꾸며 시각적인 효과와 함께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광교 센트럴타운점 전경.
#체육계로 되돌아 온 육상선수 출신 CEO

중거리 육상선수 출신인 이 회장은 육상계 후배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지난 2008년 초부터 올 초까지 5년 동안 한국중고육상연맹 회장으로 후배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그 전까지 직함뿐이던 연맹회장에 취임한 그는 중고 육상선수들의 장학기금 5억원을 마련하고 심판비를 인상하는 등 연맹의 건실한 운영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했다.

또 작년 3월부터는 제8대 경기도생활체육회장으로 취임해 경기도의 생활체육을 이끌고 있다.
사업으로 바쁜 상황에서도 대회뿐만 아니라 주요 행사를 손수 챙기고 있는 그는 단순히 즐기는 생활스포츠가 아닌 소외계층과 노인층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생활스포츠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회장은 "생활체육에 참가하는 동호인들의 얼굴은 밝고 그만큼 정신적으로도 건강하다"며 "변화를 주고 가는 사람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문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