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사들의 고금리 현금 장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생 경영을 위해 신용 대출 금리를 내렸다는 선전은 허언에 그쳤다.

카드사들은 경기 불황에 수수료율 체계 개편으로 수익성마저 떨어지자 저신용자들이 몰리는 신용 대출에서 활로를 찾은 탓에 이런 현상이 생겼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는 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현금서비스의 수수료 수입비율이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보다 올라갔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4분기 현금서비스 수수료 수입비율은 22.65%로 전분기(22.35%)보다 0.3% 포인트 늘었다. 국민카드는 이 기간에 21.85%에서 22.14%, 신한카드는 23.3%에서 23.56%, 비씨카드는 18.56%에서 18.65%로 증가했다.

신한카드는 전업계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카드론 수입비율도 높아졌다. 지난해 4분기에 16.24%로 전분기(16.2%)보다 늘었다.

지난해 4분기에 현금서비스 수수료 수입비율이 가장 높은 카드사는 하나SK카드(24.63%)였고 카드론은 현대카드(19.09%)였다. 국민카드는 결제성 리볼빙(21.89%)과 대출성 리볼빙(25.45%) 수입비율이 카드사 중 최고였다.

수입비율은 카드사가 현금서비스 등으로 얻은 수익을 연평균 금리로 환산한 것이다. 이 수치가 22%라면 현금서비스로 100만원을 빌려주고 22만원의 이자를 받았다는 뜻이다. 이 비율이 올라가면 통상 현금서비스 금리도 올라간다.

카드사들은 새 정부 출범과 금융 당국의 강력한 규제 이후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를 없애는 등 금리를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자금 운용 사정이 나빠지자 슬그머니고금리 대출자 비중을 늘렸다.

은행계 카드사들은 전업계 카드사보다 더 심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대출성 리볼빙의 수수료 수입비율이 21.78%로 전분기(18%)보다 3.78% 포인트나 급증했다. 금융 당국이 '돌려막기' 수단으로 이용되는 리볼빙의 금리 인상 제한 등 각종 규제를 가했으나 무기력했던 셈이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결제성 리볼빙의 수수료 수입비율이 지난해 3분기 18.7%에서 4분기 22.11%로 3.41% 포인트 증가했다. 씨티은행은 이 기간에 대출성 리볼빙이 26.93%에서 27.07%, 전북은행은 23.19%에서 23.69%, NH농협은행은 25.27%에서 25.39%로 악화했다.

광주은행은 현금서비스 수수료 수입비율이 지난해 3분기 21.32%에서 4분기 22.79%로 1.47% 포인트나 많아졌다. SC은행은 이 기간에 24.74%에서 25.24%로 늘었다.

카드론 수수료 수입비율은 부산은행이 지난해 3분기 12.31%에서 4분기 13.55%로1.24% 포인트나 급증했다. 외환은행은 이 기간에 13.16%에서 13.77%, 농협은행은 12.06%에서 12.28%로 증가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경영 상황이 예전 같지 않아 고금리 구간의 대출을 늘리는추세"라면서 "가계 부채 등으로 고금리 카드 대출을 쓰는 고객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카드사의 수수료 수입 비율이 올라간 측면이 크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