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6월 12일 일요일 밤 10시 로스앤젤레스의 부촌인 브렌트우드의 한 저택. 여배우 니콜 브라운 심슨과 그의 애인 론 골드먼이 예리한 칼로 난자된 시체로 발견됐다. 미국민의 충격은 컸다. 유력한 용의자가 남편인 미국 풋볼선수 출신의 흑인 배우 O J 심슨이라는 점에서, 사체의 훼손이 너무 심해서 경악했다. 미국 풋볼 최고의 러닝백. 1973년 시즌 NFL 사상 첫 2천야드를 뛴 선수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배우로서도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스타.
무죄를 주장한 심슨은 조지 코크런을 중심으로 유명하고 비싼 변호인들로 '드림팀'을 구성했다. 형사재판은 372일을 끌었고 결국 인종차별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무죄판결을 받았다. 재판과정은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이른바 세기적인 '심슨 재판'이다. 의기양양한 변호사 코크런은 "완전히 말이 안 된다. 전혀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다.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다면, 당연히 무죄다"라며 호기를 부렸다. 미국민은 들끓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것. 하지만 민사소송에서 재판부는 배상금 850만달러와 징벌적 배상금 2천500만달러를 유가족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뻔뻔한 심슨은 지금까지 배상을 미루고 한 술 더 떠 2006년 살인사건을 다룬 '내가 만약 그랬다면(If I Did It)'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해 또 한 번 악명을 떨쳤다. 여론의 비난을 못 견딘 출판사는 출간 직전 책을 폐기했지만 나중에 피해자 가족에 의해 책은 출간됐다. 현재 다른 죄목으로 감옥형을 살고 있는 심슨은 전형적인 두 얼굴의 인간이었다.
의족 스프린터로 전 세계 장애인들의 우상인 '브레이드 러너' 피스토리우스가 애인 리바 스틴캄프를 살해한 용의자로 법정에 섰다. 나이키, 오클리의 광고 출연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그는 강도로 오인한 우발적인 사고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카메라 앞에서 눈물까지 흘렸다.
하지만 정황은 피스토리우스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 현장에선 피묻은 크리켓 방망이가 발견되고 사건 직전 두 사람이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불리한 증언도 나왔다. '과실'인지 '고의'인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 간의 법정공방이 치열하다. '돈의 힘'과 '정의'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지 전 세계인의 눈이 남아공 법정을 주시하고 있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