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 휩싸인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미리 사표를 냈습니다.”
대우자동차에서 34년6개월동안 근무한 차체 2부 직공장 한규만씨(60)가 정년퇴직 3개월을 앞두고 사표를 제출, 동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는 사표를 낸뒤 지난 7일 대우차 전산망 '인포맨'에 글을 올렸다. '정년퇴직 3개월을 앞두고 도중하차하는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후배들이 열과 성을 다해 미래에 대우차가 세계에서 제일 가는 회사로 가꿔주십시오'.
한씨는 대우차가 최종 부도처리되기 이틀전인 지난 6일 회사에 사표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다. 그가 대우차에 입사한 것은 지난 66년 10월 1일 신진자동차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회사측의 부도덕한 노동관행에 반발해 노조활동을 시작한 뒤 8년간 노조대의원과 쟁의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주위에선 한씨에 대해 “빈틈없이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성실하게 일했다”며 “회사에 소중한 일꾼을 내보내는 게 너무 아깝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우차에 몸담아 온 것에 후회는 없다”며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김우중회장이 괘씸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정년퇴직을 채우지 못해 아쉽다”며 “대우차가 신청한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져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우차 양모과장(41)은 “한씨처럼 회사에 소중한 직원들이 부도이후 하루 평균 10명 넘게 퇴사하는 등 이달들어서만 1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나 착잡하다”며 “남은 직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대우차를 꼭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李喜東기자·dhlee@kyeongin.com
대우차 퇴직사원의 소회
입력 2000-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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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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