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이 거창하기로는 단연 미국이다. 2009년 오바마 1기 때는 200만명이 참가했고 지난 1월 21일 2기 취임식에도 80만명이, 참가 티켓도 200만원이었다. 무도회(ball)도 화려하고 의사당~백악관 퍼레이드도 요란했다. 프랑스는 1873년 이래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거행하지만 일반인 참석이나 카 퍼레이드도 없이 단출하다.

베토벤의 피아노곡 '엘리제를 위하여'의 '엘리제'는 그 궁전 엘리제는 아니다. 크렘린궁의 러시아 대통령 취임식의 경우는 보통 30분에 끝나지만 '현대판 황제'로 불리는 위상에 걸맞게 엄숙하고도 권위적이다. 대통령 없는 대통령 취임식도 있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암 수술 때문에 지난 1월 10일 취임식에 불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8대지만 이승만이 초·2·3대, 박정희의 5~9대, 전두환의 중임으로 사람으로 치면 11번째고 취임식 장소는 이승만 박정희가 중앙청 광장이었고 국회의사당 앞 거행은 13대 노태우부터였다. 그런데 대한체육회 회장도 아닌데 장충체육관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가진 별난 경우는 각각 최규하와 전두환이었다.

중요한 건 규모나 장소가 아니라 취임식 연설(inaugural address)과 실천이다.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라는 유명한 말은 1961년 케네디의 취임사였고 이번의 오바마는 '하나의 국민, 하나의 국가'를 되풀이해 통합을 강조했지만 장장 1시간의 그야말로 장광설(長廣舌)이었다. 그랬는데도 지루해 몸을 비트는 사람 하나 없었던지 81%가 '좋았다'고 답했다.

중국에선 높은 직위의 경우 '취임'보다는 '취직(就職)'이라 하고 '취임식'도 '지우즈디엔리(就職典禮)'다. 하기야 우리 대통령도 청와대에 취직을 하는 게 아닌가. 지난 16일자 인민일보는 박근혜 '취직식'에 145명의 외교사절을 비롯, 7만명이 참가할 거라고 보도했지만 그보다는 역시 '취직 연설' 내용과 실행이 중요하다. 새 대통령의 말 그대로 국민통합 시대, 국민행복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지하의 선덕, 진덕, 진성여왕께서도 오늘의 취임식에 "파이팅!" 박수를 보낼지도 모른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