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18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대통령 임기 개시가 25일 0시로 시작된 만큼, 국정비전인 '국민행복,희망의 새시대'를 열기 위한 힘찬 첫걸음이 이미 시작됐다. 대한민국 역사에 첫 여성 대통령인 동시에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성 군통수권자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크다. 또한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로서 '부녀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세계의 시선은 이승만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열 명의 전임자가 거쳐간 그 무거운 자리에 열한번째 오르는 박 대통령이 난제 속에 휩싸인 대한민국을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불과 두달동안 국내·외적으로 우리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국민간의 분열은 더 공고화되는 등 우리를 둘러싼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정부조직개편안이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해 새 정부는 미완성 내각으로 출발하게 됐다. 새 정부 인선 역시 일부 장관지명자들은 수많은 의혹에 휩싸여 청문회 통과마저 불투명해졌다. 이 지경까지 이른 게 누구의 잘못이건 이 모두 박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박 대통령은 오늘 취임사를 통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는 취임선서를 할 것이다. '법을 준수'하겠다는 것은 박 대통령이 선거기간 내내 주창해왔던 말이다. 국민의 52%가 박 대통령에게 소중한 표를 던진 것 역시 '법대로' 모든 것을 풀어나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읽었기 때문이다. 재벌들이 법을 희롱하면서까지 문어발식 경영으로 망가트린 중소기업과 지역상권을 재건하기 위해서 법의 준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사회가 천박한 황금만능주의로 물들었던 것은 법질서가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깔보고 질서를 우습게 여기는 묘한 풍조를 지금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사회는 건강한 사회로 회생되기 어렵다. 법질서 없이 국민통합도 경제회생도 불가능하다. '국가를 보위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는 북한의 위협 속에서 수십년간 시달려 왔다. 불과 얼마전 북한은 주변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3차 핵 실험을 감행했다.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되지 않느냐는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한미 안보동맹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북핵의 위험성을 알려 전 세계 우방이 공동대처에 나서는 것이다. 북핵문제에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국에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극우화로 급선회한 일본의 경거망동을 자제시키는 것도 박 대통령의 몫이다.

박 대통령은 가장 어려운 시점에서 가장 무거운 직책을 국민들로부터 받았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경기부진과 높은 실업률, 1천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와 중산층 붕괴 등에 따른 양극화 현상 해소도 시급한 문제다. 올해의 경제성장률이 3%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경제성장의 과실이 대기업과 기득권층에 집중되면서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성공은 효율적인 해결방안을 찾아 국정목표와 국정과제를 신속하고 차질없이 실행하는 데 달려있다.최근 갤럽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4%로 대통령 취임 전 지지율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장관 인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그대로 나타난 수치다. 지지율이 더 하락해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지 우려된다. 인수기간 박 대통령의 조용한 행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정부와 청와대를 구성조차 하지 못한 것은 '불통'에서 비롯된 경직된 리더십 때문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수없이 지적했던 바, 시간이 갈수록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을 대통령 스스로 심각히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이야말로 박 대통령의 첫 번째 과제다.

국민들은 박대통령이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귀 큰 대통령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 광우병사태를 가볍게 여기다 정권 내내 어떤 어려움에 직면했는지 반면교사(反面敎師)하길 바란다. 한번 멀어진 민심을 다시 추스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지난 정권들에서 너무 많이 봐왔다.

박 대통령은 후대 역사가에 의해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길 원할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대통령을 뛰어넘는 '박근혜 시대'를 만들고도 싶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이제 새로이 자신의 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취임식을 앞둔 오늘 아침, 박 대통령이 진정 가슴에 담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긴 역사를 펼쳐 놓고 볼 때 박근혜시대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먼 훗날 역사가가 '박근혜 시대는 주변열강의 득세, 한반도의 긴장고조, 심지어 국론분열 등 내홍이 끊이지 않았지만 훌륭한 지도력으로 슬기롭게 극복하고 모두 잘사는 태평성대를 이뤘다'고 기술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