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풀이 상소(上疏) : 조선시대 백성들은 억울함을 신문고에 호소했고, 사대부는 상소문을 통해 임금에게 의견을 개진했다. 경인일보는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의 지상 '속풀이 상소'를 마련,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와 하소연을 전달한다. 단순한 '억울함'과 '불만'의 표출이 아닌 '소통을 통한 해결'을 위해서다. ┃편집자주

저는 화성시 송산면 중송리에서 중소기계 제조업체인 코리아벤셀(주)를 운영하는 김한식(56)입니다.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중소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펜을 든 이유는 산업기능요원을 활용할 수 있는 병역특례 지정업체 선정기준을 완화시켜 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중소기업체의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인력난 해갈에 단비가 돼줄 병역특례 지정업체 선정기준은 요지부동입니다.

대한민국의 제조업체는 지난 30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뤘습니다. 지난 1980년대는 100명의 종업원이 투입돼야만 생산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시설 자동화와 기술력 등이 바탕이 돼 인력을 10분의 1수준 이하로 투입해도 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정업체 선정기준은 각 산업분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10명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정부로부터 산업기능요원을 활용하려는데 우선 병역법 시행령 등에서 요구하는 사람 수부터 채우고 난 후에야 오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현재 국내 산업은 집약형 첨단 기술을 지향하는 추세에서 종업원수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병역특례 지정업체를 선정할 때 종업원수를 따질게 아니라 설립 5년 이상만 되면 선정을 해주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처음에는 작은 중소업체를 회피하지만 막상 병역특례란 제도로 중소기업 현장에 들어와 일해 보면 인식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 믿습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는 물론 젊은이들에게 보다 많은 직장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2013년 2월 23일 김한식 올림

■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올까 =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중소기업 인력지원 정책 및 개선방안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3곳 중 1곳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 조사 대상 중소기업 513개 중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한 업체가 33.3%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의 인력지원 제도에 만족하는 업체는 9.9%에 그쳤다. 불만족의 이유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39.5%), '지원제도 내용 파악이 어렵다'(37.0%) 등을 내세웠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병역특례 지정업체 선정기준의 완화도 마찬가지.

중소기업중앙회는 10년 전부터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며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확대, 운영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현재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