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사는 새 정부 5년의 비전을 집약적으로 담은 국정운영의 청사진이다.
역대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정목표와 원칙을 밝히고 과거 정부와 차별화된 정권의 목표를 제시하는 등 취임사는 시대정신의 산물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 제목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이다. 박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위기를 대한민국의 양대 위기요인으로 규정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이 희망의 새 시대를 실행하기 위해 제시한 키워드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이다.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사 제목을 '선진화의 길, 다 함께 열어갑시다'로 정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를 지배한 '이념'을 뛰어넘어 '실용'을 선진화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경제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염원을 반영해 기업활동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작은 정부, 큰 시장 구현 ▲능동적·예방적 복지 ▲대학 자율화 등 교육개혁 ▲자원·에너지 외교 등 경제살리기와 친(親) 시장형 국정기조에 초점을 맞췄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시대로'라는 제목의 취임사에서 "개혁은 성장의 동력이고, 통합은 도약의 디딤돌"이라며 개혁과 통합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제왕적 대통령, 정치부패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개혁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난극복과 재도약의 새 시대를 엽시다'라는 제목에서처럼 단군이래 최대 경제위기라고 불린 외환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의 의미를 담아 정부 이름을 '문민정부'로 칭한데 이어 '신한국사회 건설'을 기치로 자유롭고 성숙한 민주주의, 정의로운 사회를 강조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이전 전두환 정부와 같은 뿌리의 정권이라는 부담을 털어내려는 듯 권위주의 청산을 국정목표로 제시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10·26 이후 과도기적 정치상황을 반영하듯 정치권력 남용과 국론분열 방지를 위한 개헌을 공약하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의 혁명정신이 취임사 곳곳에 배어 있었다. 새로운 정치풍토 조성을 유난히 강조하고 경제 근대화와 부패척결에 역점을 둔 것이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해방이후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정부 구성에 초점을 맞춰 건국 이념에 중점을 뒀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