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님 우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취임을 축하 드립니다. 저는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사는 정경옥(48)이라고 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입니다.

저 같은 주부가 이렇게 대통령님께 몇 자 적어 올리는 이유는, 너무 화나고 분통한 일이 있어서입니다. 청라국제도시 인근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청라국제도시, 이름은 참 번듯하지요. 저도 남들과 같이 좋은 곳에 집 한 칸 장만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지난 2011년 이런 소박한 꿈을 이뤄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두 아이를 볼 면목이 없습니다. 바로 옆 수도권매립지에서 나오는 악취와 비산먼지 등 각종 환경문제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쓰레기 냄새 때문에 숨을 못 쉴 정도라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놓기는커녕 외출도 꺼려집니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는 피부병이 심해져 몇 년째 병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저와 똑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 서구지역 주민 6천여명이 집단 민원을 내기도 했습니다. 수도권매립지에 모이는 쓰레기 대부분은 서울에서 오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결국 서울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때문에 인천에 사는 우리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 꼴이죠. 당연히 서울시나 정부가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정작 쓰레기를 버리는 그들은 악취가 나건 말건, 먼지 때문에 아이들이 고통을 받건 말건 신경쓰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서울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벌써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인천 서구지역 주민들은 수십년간 이런 고통을 참아오고 있습니다. 국민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주거 환경권도 누리지 못하는 청라국제도시 주민들, 도시 이름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2013년 2월 25일 정경옥 드림

■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올까 =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쓰레기 매립장인 수도권매립지(1992년 조성·2천74만9천874㎡)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쓰레기를 받고 있다. 하루 평균 서울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 5천290t을 처리한다. 수도권매립지의 쓰레기 매립 면허는 오는 2016년 종료되지만, 서울시는 이를 2044년까지 연장해야 한다며 인천시를 압박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인근 주민들은 각종 환경문제를 들어 서울시가 약속대로 2016년 예정된 매립 종료 기한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립장에서 나오는 악취와 먼지 등을 줄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도권매립지가 예정대로 2016년 문을 닫는 것밖에 없다는 게 인천시와 시민들의 입장이다.

/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