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과 헌신┃노병한 지음, 현문미디어 펴냄, 348쪽, 1만3천원.
21세기는 '여성의 세기'다.
영 국의 첫 여성 총리 마거릿 대처를 비롯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등 국가를 이끌어가는 여성 지도자들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으로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시대를 열었다.
세계의 여성 정치지도자들은 뛰어난 정치적 능력과 열정으로 거대한 국가를 이끌어가고 있다. 정치분야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도 여성 리더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그렇다면 이같은 여성 지도자들은 어떻게 정치권에 등장했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을까? 한국미래예측연구소 노병한 소장은 이같은 궁금증에 답을 하기 위해 여섯명의 대표적인 여성 지도자들의 삶을 살펴보았다.
한 국의 첫 여성 대통령 박근혜, 독일의 첫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 영국의 첫 여성 총리 마거릿 대처,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평화운동가인 아웅산 수치 등이 주인공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국운을 이끌고 움직이는 마법을 가진 여걸들'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그런 '마법'을 발휘하게 하는 근원으로 '신념과 원칙'을 세우고,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바친 '열정과 헌신'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여성에 대한 배제와 소외현상이 특히나 극심한 정치영역에서 각종 평가절하와 편협한 시선을 극복하고 지도자의 위치에 올라선 여섯명의 여성지도자들이 걸어온 삶의 궤적은 사상이나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인생의 지침서로 삼기에 충분하다.
■ 내칩은 두 개┃손태연 지음, 화남 펴냄, 168쪽, 9천원.
손태연 시인은 1993년 문예지 '문학세계'로 등단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20년차 중견 시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등단 후 시집 한권을 내고는 긴 공백기를 가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최근 들어서야 '한국문학평화포럼'과 '한국평화문학'으로 문학활동을 다시 시작한 그녀가 마음을 다잡듯 제3시집 '내칩은 두 개'(화남 펴냄)를 출간했다.
모두 4부로 나눠 60편의 시가 실려있는 '내칩은 두 개'는 그동안의 긴 기다림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이 시집은 많이 시끄럽다. 시의 장르에서 나부낀다. 허나 이 또한 바람을 맞았던 것들이니, 시의 잎사귀들이 많이 할퀴고 가지들도 많이 부러졌으면 좋겠다… 후에, 입체가 없는 고요한 나목이 되어 몇 장 가벼운 꽃 피우는 그런 시를 쓸 수 있는 꿈을 꾼다.'(시인의 말 중에서)
그동안 그렇게 많은 시의 잎사귀들을 피우고 털어내느라 그렇게 기다렸나 보다. 잎사귀들이 부딪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말없이 엮어온 손 시인은 이번 시집을 '툭'하고 던지며 켜켜이 묵혀온 시간들을 털어낸다. 말하자면 이 조그만 책은 그녀의 지난 시간과 의식을 가둬놓은 뒤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 뒤주 속에는 그만큼의 시간과 그만큼의 생각들이 '보따리'로 묶여 쌓여있다.
'… 아픔 그따위 거 던져 버려 / 바다에 바람 사는 거 보아라 / 아주 멀리서 보아라 / 바람 산다고 / 수평선이 가라앉더냐 / 파도 속 물고기가 떠나더냐 / 섬들이 지워지더냐 / 넌 울고 있구나 / 기껏 네 길이 조금 지워졌다고 / 넌 떠나고 있구나 / 너의 산에서 / 너의 섬에서' ('세노야' 중에서)
손 시인은 그 많은 보따리들의 끝을 참 예쁘게도 매만져 놓았다. 그만큼 보따리 하나하나를 오랫동안 정성스럽게 매만졌다는 뜻이다. 마치 어머니가 먼 길을 가는 아들에게 싸준 것 같은 그 보따리들을 풀어보며 문득 '깨달음을 얻은 구도자'가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