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밀가루, 장류, 김치 등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사진은 1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최근 가격이 일제히 치솟은 가공식품 업체들 사이에 짬짜미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밀가루, 간장 등 일부 품목의 업체별 가격 인상 폭 차이가 0.1%포인트에 그친데다가 인상 시기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들은 온갖 의구심을 부인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광범위한 감시에 들어간 만큼 업체 간 밀약 여부가 머잖아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은 최근 과자, 두부, 장류, 밀가루, 식용유, 조미료, 음료수, 김치, 우유 등 가공식품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일부 품목은 밀약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 인상 폭이 비슷했다.

밀가루는 대한제분의 가격 인상폭이 8.6%, 동아원이 8.7%, CJ제일제당이 8.8%다. 인상폭 차이가 불과 0.1%포인트에 그쳤다. 인상 시기도 거의 비슷하다.

장류도 CJ제일제당이 가격을 7.1% 올린 데 이어 샘표식품이 간장 출고가를 7% 인상했다. 이들도 '0.1%포인트'라는 묘한 차이를 유지했다.

하이트진로(8.2%)와 롯데주류(8.8%)도 소주 가격 인상폭이 비슷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상FnF 등 포장김치 판매업체들은 평균 7%대에서 가격을 인상했다.

모든 가공식품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것도 의문투성이다.

지난해 밀, 콩, 옥수수 등 가격이 올랐지만 유제품, 설탕, 유지류 등 나머지 수입 농산물 가격은 내렸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들은 결백을 호소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짬짜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다만 일등 업체가 가격 인상폭을 정하면 2, 3등 업체들은 눈치를 보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털어놨다.

공정위는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자율적으로 이뤘다면 개입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견해를 보였음에도 물밑 움직임은 활발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선도업체의 가격 인상에 뒤이어 다른 업체들이 인상폭을 비슷하게 정하면 이를 담합으로 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국내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밀약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묘한 여운도 남겼다.

공정위는 최근 일제히 제품값을 올린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폭, 인상 배경 등을 확인하기 위한 광범위한 자료 수집에 나선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료 수집은 상시 모니터링으로 특별한 의미가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짬짜미 징후가 발견되면 철저히 조사해 법 위반행위를 엄중히 제재하겠다"며 식품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에 강도 높게 대응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