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취임 나흘 만에 처음으로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지난 25일 취임식 당일부터 사흘간 빼곡한 '취임 외교'를 진행하고 수석비서관 회의 주재 등을 소화한 것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하루 공식일정을 잡지않은 대신 청와대에서 허태열 비서실장을 비롯해 일부 수석비서관들로부터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여야간 대치로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의 처리와 관련한 대처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치권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일단 정부조직 개편안은 조금씩 타협점을 향해 나아가는 기류가 감지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처음으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융합을 통해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도 하루 빨리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며 정부조직 개편안의 신속한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원안대로"라거나 "현 개편안은 당당하다"는 등 야당을 자극하는 표현을 넣지 않은 것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또 민주당 우원식 원내 수석부대표는 지난 27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IPTV(인터넷TV)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을 현행대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겨두고 IPTV 사업을 진흥하는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여당은 공식적으로는 거부했지만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오후 국회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에 이어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와 우 수석부대표를 예방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 자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과 관련해 입장 조율이 있었던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절충안 제시에 이어 민주당 타협안도 나와 서로 합치점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대화를 계속하면 절충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그런 면에서 정무수석이 여야 지도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무기중개상 재직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린 김 내정자에 대해서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권 일각에서도 잇따라 용퇴론이 나온다.

특히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회 무산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할 경우, 대야 관계의 경색은 물론 국민 여론도 악화돼 새 정부의 안착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박 대통령이 지난 22일 한미연합사 등을 방문할 당시 김 내정자를 동행시킨 면을 보면 박 당선인이 인사청문회도 거치기 전에 스스로 임명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청와대측도 인사청문회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내정자에 대한 자격 시비가 확산할 경우, 국회와 여론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임명을 철회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그 전이라도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면 박근혜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용퇴라는 형식을 취하면서 '우회적 임명 철회'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 신분이 돼야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 권력기관장 인선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후보군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가 불거진 상황인 만큼, 국정원장 인선만큼은 서두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 국정원 여직원의 대선 선거 개입 논란이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 역시 권력기관 개혁을 대선 기간 강조한 박 대통령으로서 국정원장 인선을 서두르게 할 명분이 될 수 있다.

물론 정부조직법 처리가 최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많지만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인선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이뤄지지 않은 인선도 있는 만큼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살펴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