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거대한 흐름은 이미 우리의 현실이 되어 있다. 기후변화가 무서운 것은 온유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삽시간에 노도와 같은 위력을 앞세운 무서운 재앙으로 변한다는 데 있다. 그때는 이미 우리가 자랑하는 문명의 힘은 태양 앞의 반딧불이 같이 하잘 것 없는 것일 뿐이다. 정작 진짜 위기의 상황에서는 크게 소용이 되지 못하는 문명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더럽혀서 자연을 격노하게 하는 데는 너무나도 큰 위력을 발휘한다. 화석연료 중심의 문명은 짧은 시간동안에 복원력을 넘어서는 오염의 일상화를 가져왔고 개발을 위한 과학과 장비의 발전은 지구가 감당해낼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수만년에 걸쳐 형성되어 온 열대우림이 단 몇 년 만에 초토화된다. 이제 그 가공할 장비의 위력은 그렇지 않아도 오염으로 위협받고 있는 바다 속마저 뒤집어 나갈 태세이다. 생명의 근원이 파헤쳐지고 생태계는 무너지고 있다. 인구와 기술과 장비의 발달로 급격하게 작아진 지구, 그러나 그 지구는 인류와 지구생명체의 근원이자 터전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문명은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의 문명이 원천적으로 자원 과소비형이자 오염 유발형이라는 데 있다. 게다가 지나치게 물질적인 것에 길들여진 가치관이 참담한 과소비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인류는 지금 이 급격한 지구의 위기를 깨닫기를 거부하고 말하기를 꺼려한다. 개발의 단물을 포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할 수가 없게 되어있다. 듣지도 않는다. 알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공멸을 향해서 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자리잡아야 한다.
모든 과학기술역량을 총동원하여 청정, 고효율, 저위험의 에너지 혁명, 자원소모를 최소로 하는 물질 혁명, 화석연료로부터 해방되는 운송수단의 혁명을 하루빨리 이루어 내야 한다. 이와 함께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반드시 이끌어 내야 한다. 물질적 욕구중심의 생활패턴에서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는 풍토, 즉 문화적 생활패턴으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물질적 충족과 함께 허망한 물질추구의 무한경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문화생활에 대한 교육과 체험을 통하여 그 가치를 터득하게 해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요구된다. 변화된 인프라도 필요하다. 그 중심에 '도시'가 있다.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도시, 쾌적성을 확보하는 도시, 다양한 문화적 인프라와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도시, 이동이 최소화되고 이동이 자유로운 도시, 그리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아이디어와 과학기술 역량을 모으고 투자를 집중해서 정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가 60, 70년대에 동경했던 꿈의 모델이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서구화된 문명생활이었듯이 이제 이 새로운 문명과 라이프스타일이 모든 인류가 따라하고 싶어 하는 모델이 되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것은 인류생존과 공영의 길이 될 것이요 우리가 세계를 이끌어 가는 신산업혁명이자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다.
/박연수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