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
희귀암 투병하며
10년을 동병상련 '기부천사'
난치병 환자들에게
병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잘못된 의료시스템·정부 제도
약자 지원은 통치의 기본덕목


위장관기저종양(GIST)이라는, 방사선 치료조차 안 되는 희귀암을 앓고 있는 암환자이면서 더 어렵고 힘든 이를 10년이나 도와 온 사람. 병실 치료보다는 기부공연행사를 통해 희귀난치병 환자에게 희망을 나눠온 사람. 지금은 병세가 악화돼 그의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인 강의를 들을 수 없게 된 사람. 기부 천사 김성환(44)이 바로 그 사람이다.

필자도 2011년 어느 강연장에서 그를 처음 만나, 삐쩍 마르긴 했지만 일반인보다 더 자주 웃는 이 사람이 진짜 환자인가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 당시도 8년 전에 병원에서 포기한 사람이었지만, 나눔의 마음이 하늘을 움직여 이 정도의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환은 본인 강의보다는 기부 공연이나 기부 강연 행사를 열어 희귀난치병의 실상을 알리고 서로 돕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더 힘써 왔다. 필자도 그의 그런 운동 방식에 감동하여 따뜻한 겨울나기 재능 기부 공연을 한 바 있다. 2011년 12월 10일, 피아노와 시가 만나 이루는 아름다운 밤이라는 공연으로 피아니스트 우영은씨가 이야기와 피아노를 맡고 나는 10여 편의 시를 낭송했다.

그는 이런 행사 기획의 천재이기도 했다. 공연은 늘 보는 것으로만 여겼던 나에게 큰 무대 공연의 주인공이 되게 하는 마력이 그에게 있었다. 덕분에 고등학교 때부터 외롭고 힘들 때 외워온 시낭송 재능도 맘껏 뽐내고 중증장애인 박시순님이 운영하는 샬롬의 집에 기부까지 할 수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행사가 많은 분들에게 난치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구실을 했다는 점이다. 올해도 김성환과 함께 이런 행사를 이어갈까 했지만 힘들 듯하다. 그는 지금 움직이기조차 힘들 정도의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난치병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병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잘못된 병원 의료 시스템과 그것을 조장하는 정부의 잘못된 제도이다.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병원비는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분야가 너무 많고 치료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중증 환자와 가족들이 병보다는 이러한 잘못된 의료 제도와 사회 통념에 더 절망하여 희망을 잃어간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선택 진료는 우리나라 병원에만 있는 잘못된 의료시스템이다. 꼭 필요한 진료까지 치료비의 질적 차이로 결정된다면 의사들의 인술의 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더욱이 중증 환자들은 특정 의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선택 진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 최소한 중증 환자들한테는 선택 진료 제도를 없애거나 의료보험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병원비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환자들의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무서운 사회 통념이다.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조차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고 있고, 설령 운이 좋아 취업이 되었다 해도 배려 부족으로 제대로 근무하기 힘들다.

박근혜 새 정부가 4대 중증 질환의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감동적인 정책을 내놓아 많은 지지를 받았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난치병 문제는 환자 사회적인 문제고 국가 차원의 문제다. 의료비 제도 개선도 다급하지만 난치병 연구비를 지원하고 그들의 경제활동을 돕는 사회 변혁이 절실하다.

박근혜 새 정부가 난치병 지원 정책을 축소하는 것은 아닌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 예산의 총체적 문제이기는 하지만 제도 개선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소외된 약자에 대한 정책은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의 문제도 아닌 통치자가 당연히 해야 할 기본 정책일 뿐이다. 난치병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와 사회 통념을 나눔으로 극복하고자 재능을 기부해 온 김성환이 다시 웃음을 나눌 수 있기를 빌고 또 빌어 본다.

/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