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염산날부핀 밀매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또 중국에서 기계와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불법 제조한 밀조조직도 함께 붙잡혔다.
 인천지검 강력부(부장검사·이중훈, 주임검사·허철호)는 23일 J제약회사에서 염산날부핀 67만여앰풀(시가 100억원 상당)을 공급받아 인천·경기·서울 등 수도권 등지에 유통시켜 수십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밀매총책 김모씨(35·인천시 중구 용동)와 J제약회사 영업부장 이모씨(46·대구시 동구 불로동) 등 10명을 약사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중국에서 밀조기계를 들여와 공장을 차려놓고 모제약회사 상표의 염산날부핀 4만여앰풀을 밀조해 불법 유통시킨 박모씨(35) 등 2명은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밀매 현황=검찰은 김씨가 지난해 10월부터 대구 소재 J제약회사로부터 67만여앰풀을 구입, 중간밀매조직을 통해 시중에 유통시켰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J제약은 김씨에게 판매한 염산날부핀이 전체 매출액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염산날부핀 불법 유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가 유통시킨 앰풀수를 시중가로 환산하면 100억원 규모로 인천시민의 27%인 67만여명이 투약 가능한 양이다. 검찰은 이들이 미처 판매하지 못한 염산날부핀 14만7천870앰풀(시가 22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밀조 현황=밀조총책 박씨는 지난 4월 중국에서 기술자와 함께 주사액 주입 및 밀봉기계를 들여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밀조공장을 차려놓고 염산날부핀을 밀조했다. 원액과 기계를 수입, 국내에서 염산날부핀을 제조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 박씨 등은 K제약에서 생산된 염산날부핀을 투약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J제약 등의 상표가 붙은 빈 앰풀에 옮겨넣는 수법으로 4만앰풀의 염산날부핀을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 검찰은 투약자 상당수가 팔이 저리거나 메스꺼움 증세가 나타나는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투약 실태=검찰은 염산날부핀이 마약류로 분류된 모르핀에 비해 2.3배나 진통효과가 강하며 필로폰에 비해 중독성이 강하고 금단증상도 심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필로폰 1회 투약분이 시가로 10만여원인데 비해 염산날부핀은 1만5천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 상습투약층은 가정주부, 직장인, 학생 등 일반인들도 즐겨 찾는다는 게 검찰의 얘기다.
 ▲향후 수사계획=검찰은 불법유통사범에 대해선 철저히 추적·검거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J제약회사 등 일부 제약회사와 의약품 도매상 등에서 염산날부핀이 대량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을 중시,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인천지검 강력부 이중훈부장검사는 “염산날부핀을 마약 대용으로 투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마약류로 분류돼 있지 않아 처벌을 못하고 있다”며 “무단 투약자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과 판매 사범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李榮宰·宋炳援기자·young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