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군사훈련을 벌이는 사진을 6면에 실었다. 신문은 이 사진에 대해 "만단의 전투태세를 갖추고 적진을 단숨에 짓뭉개버릴 필승의 신념에 넘쳐있다. 김일성정치대학에서"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8일 제3차 북한 핵실험에 대응해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했지만 북한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에 유엔이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094호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현금 등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의 제공을 금지토록 했으며 북한을 출입하는 선박에 금지물품이 적재됐다는 정보가 있으면 화물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했다.

과거 권고규정이었던 조항이 의무조항으로 바뀌어 북한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인 조치인 셈이다.

유엔의 결의가 강제규정을 포함하지 못해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지만 북한으로서는 불명예와 불편함을 뒤집어쓰게 됐다.

이에 따라 북한은 제재결의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한반도 정세를 끌어가고 있다.

유엔은 현지 시간으로 7일 오전 10시 5분(한국시간 8일 새벽 0시 5분)께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회의에는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15개 이사국이 참석했다. /AP=연합뉴스

특히 군 최고조직인 최고사령부, 대외업무를 맡는 외무성, 대남업무를 책임지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의 기구들이 총동원돼 국방, 국제관계, 남북관계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2일 제3차 핵실험 직후 미국이 적대적으로 정세를 복잡하게 하면 2, 3차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한 상황에서 지난 5일에는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으로 정전협정의 백지화와 키 리졸브 등 한미합동훈련에 맞선 '강력한 실제적인 2차, 3차 대응조치'를 경고했다.

또 외무성 대변인은 7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를 6시간 앞두고 성명을 발표해 '핵선제 공격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제2의 조선전쟁'을 위협하기도 했다.

노동신문도 이날 정론에서 "우리와 미국 사이에는 누가 먼저 핵 단추를 누르든 책임을 따질 법적 구속이 없다"며 "우리의 타격수단들은 격동상태에 있다. 누르면 발사되고 불을 뿜으면 침략의 본거지는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북한과 이란에 대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놓은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본떠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과시하며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해 위기감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외무성 대변인 성명은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주도하고 있는 반공화국 '제재결의' 채택놀음은 우리가 이미 선포한 보다 강력한 2차, 3차 대응조치를 더욱 앞당기게 만들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북한 인민군이 평양 근교에서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촬영,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평통은 8일 발표한 성명에서 "조선정전협정이 완전히 백지화되는 3월 11일 그 시각부터 북남 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합의들도 전면 무효화될 것을 공식 선언한다"고도 밝혔다.

유엔의 제재결의에 대응하는 군사적 조치가 이어질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일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의 주역인 '무도영웅방어대'와 '장재도방어대'를 시찰한 것은 북한의 추가 대응조치가 국지적 도발이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서해 5개섬에 증강배치된 적들의 새로운 화력타격수단과 대상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재확정하고 정밀타격순서와 질서를 규정해 주셨다"며 "방어대의 무장장비를 원만히 갖추는 문제, 분담된 대상물들에 대한 화력밀도를 높이는 문제, 포사격의 집중성을 높이는 문제들에 대해 가르치심을 주셨다"고 주장했다.

김 제1위원장이 북한의 서해 최남단 접경지역을 직접 찾아 남한에 대한 포격지침을 준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조평통도 "적들이 우리의 영토, 우리의 영공, 우리의 영해를 한치라도 침범하고 한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보복타격으로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북한이 서해통항질서라며 자신들의 영해선을 규정하고 있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남북간 충돌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가능성이 상시로 존재하는 곳"이라며 "북한이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선언한 만큼 국지적 도발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 지역 시찰은 2010년 (연평도 포격)상황에 재연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의 정전협정 백지화 성명 발표 뒤 북한 인민군 병사들이 6일 전투훈련을 하고 있다고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NLL 지역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과 더불어 재래식 병력을 이용한 남북간의 충돌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되는 내주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육해공군 대규모 화력 훈련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병력과 장비의 실기동 훈련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육지의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도발을 해올 가능성도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접경지역에 설치된 우리 군의 대북방송용 확성기나 대북전단 살포지역 등 대북심리전 활동을 겨냥할 수도 있다"며 "남북간 입출경 과정에서 군사적 충돌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판문점대표부 활동 중지 및 북미간 군사직통전화 차단을 선언한 상황에서 조평통이 판문점 연락채널의 폐쇄를 밝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도 이를 적절히 관리할 소통로가 완전히 끊어지게 돼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에서 연례적으로 벌어지는 '키 리졸브' '을지포커스렌즈' 등 대규모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무조건 반발하며 군사적 위협을 했었던 만큼 이번에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발언을 쏟아내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충돌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