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시하고 위기극복 위해선
여야가 정치 복원에 힘쓰고
박대통령의 수평적 리더십과
거버넌스 리더십도 절실히 필요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도를 넘고 있다. 여야의 정치력의 복원을 요구하거나 여야 일방에게 양보를 주문하는 것도 덧없어 보인다. 요체는 미래창조과학부로의 SO업무 이관 여부이다. 여야가 타협의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지 조차 의문이다. 지난 해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 직권상정은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면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여당 원내대표는 이를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면서 여론몰이의 일환으로 제안한 것인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던져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들고 나오는 것은 더욱 이해가 안간다. 야당도 전후맥락 없이 원내대표가 공영방송 이사 추천 요건의 강화와 언론청문회 개최 요구, MBC 사장의 퇴진 등을 조건으로 SO의 미래부 이관을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함으로써 스스로 기존 주장의 당위성을 훼손하는 자기모순에 빠졌다. 여야 공히 당내 논의 과정없는 무책임한 모습이다. 여당에게 과연 자율성과 협상력은 있는 것인지, 야당은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것인지, 무력한 여당과 무능한 야당의 카르텔 조합이 정국을 꼬이게 만들고 있다.
여야 지도부의 현실인식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위기가 아닌 적이 언제 있었겠는가라는 논란을 차치하고, 지금의 대내외적 상황은 엄중하다. 대외적으로 북한은 3차핵실험 이후 남북불가침 합의나 정전협정 파기, 전면전 불사 등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고, 단순히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에 대한 반발로 보기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대내적으로도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잔뜩 높아져 있고, 새정부의 리더십은 시험받고 있다. 야당을 지지했던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는 하시라도 등을 돌릴 태세가 되어 있다. 환율전쟁과 물가상승, 양극화는 언제라도 폭발할 것 같은 휴화산같은 상태다. 여야는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정확한 현실진단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의 장관도 현직에 있는 한 대한민국의 장관일터 당장 일상적이고 시급한 현안은 국무회의를 열어서 풀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정권출범 2주일이 지나도록 국무회의는 실종상태다. 인수위원회때부터 불거진 불통과 오만의 이미지는 더욱 강화되는 것처럼 비친다. 많은 비판이 따랐던 인사스타일에서 비치는 강고하고 완고한 이미지, 정치와 조정보다는 통치와 지시의 리더십 스타일은 대선 기간의 온화한 미소와 유연하고 살가웠던 표정과는 상충된다. 야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으나, 국정을 맡은 세력은 집권측이다. 집권세력이 더 많은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국정운영의 한 축인 야당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명분도 주어야 한다. 정권을 맡겼다 해서 만기친람(萬機親覽)형의 리더십으로 일관한다면 과거 권위주의의 리더십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수직적 리더십을 지양하고 정당, 시민사회, 사회의 각 분야와 수평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거버넌스의 리더십을 확립해 나갈 때다.
정부직제를 포함하여 모든 현안과 법제적 사항은 아무리 훌륭한 안(案)이라도 의회에서 추인받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정책으로 성립될 수 없는 것이 다소의 비능률과 비효율을 감수하더라도 많은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대의제민주주의의 원리이다. 더구나 대통령제는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삼권분립이라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해 작동한다. 일단 국회로 안을 넘겼으면 여야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야 새누리당도 집권당으로 기능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과 국가를 위한 충정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절차와 과정의 투명성과 적법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위임민주주의와 유사민주주의로 전락한다.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좋으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치를 우회하여 정치적 야심을 달성하려 했던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종종 차용했던 방식을 연상시킨다. 우리가 처한 엄혹함을 직시하고, 여야가 정치를 복원함으로써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수평적 리더십과 거버넌스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합의도 박 대통령의 유연한 리더십에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