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가 도심 교통혼잡의 현실을 외면한 채 17년전 중동신도시 개발 이전부터 적용하던 교통유발 부담금 기준을 아직도 그대로 적용, 이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천시는 성남시 등 타 지자체가 현실에 맞게 교통유발 부담금을 상향조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한 채 일부 대형매장에 '감면'혜택까지 줘 특혜시비도 일고 있다.

10일 부천시 등에 따르면 시 관내에는 교통혼잡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형마트 6개, 백화점 2개, 쇼핑센터 6개, 준대규모점포인 SSM 17개 등 30여개의 중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성업중이다. 이중 중동 길주로 1㎞ 구간에는 현대백화점과 유플렉스,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이마트, 세이브존 등 대형쇼핑센터와 할인마트 등이 8개 이상 밀집돼 있어 최악의 교통난을 유발하고 있다.

시가 지난해 대형마트 및 백화점의 교통유발계수 4.48을 적용해 부과한 교통유발부담금은 총 1천623개 건물에 32억6천190만8천원이지만 실제징수액은 30여억원에 불과하다. 시는 1996년 7월 조례제정 이후 교통유발 부담금을 단 한차례도 인상한 적이 없다.

시는 2003년 개장한 현대백화점과 신도시 개발로 소풍, 홈플러스 상동점, 세이브존 등 대형 유통매장이 잇따라 들어서 교통상황이 더욱 악화됐음에도 교통유발부담금 기준은 17년전 그대로를 적용하고 있다. 시는 더욱이 2012년 교통유발 부담금 총액이 1억8천700여만원인 현대백화점 중동점과 유플렉스에 15% 감면 혜택까지 줬다.

타 지자체들이 최근 교통유발계수와 단위부담금을 상향조정해 교통혼잡 유발 책임자들에게 적절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있지만 유독 부천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특혜시비마저 일고 있다. 성남시는 이미 교통유발계수를 기존 4.48에서 두배(8.96)로 상향조정했고 충북 청주시도 7.61로 상향 조정해 현실적인 교통유발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인근 인천광역시도 대형마트는 6.52에서 9.0으로, 울산광역시는 백화점 6.85, 대형마트 9.0 등으로 하는 조례를 개정한 상태다. 또 서울시도 백화점 교통유발계수를 9.83으로 가장 높게 책정하고 있다.

한혜경 부천시의원은 "교통유발부담금을 현실화하면 현재 30여억원에 불과한 부담금이 3~4배 이상 확대돼 시 세수증대 효과도 클 것"이라며 "대형마트 등이 교통혼잡과 지역경제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교통유발 부담금은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거해 도심 교통혼잡을 유발한 책임자에게 원인자부담 원칙을 적용, 건물 소유자에게 교통혼잡 비용의 일부를 부담시키는 제도다.

부천/전상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