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키 리졸브' 등 한미합동군사연습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반발하며 잇달아 군사적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10일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북한군 초소. /하태황기자
남북출입소 안팎 '고요함뿐'
도라전망대 찾는 발길 뜸해
통일촌 주민은 침착함 유지
임진각, 평소처럼 관광 행렬


1953년 7월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정전협정)' 이후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한 지난 8일 오후 1시께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

북한이 이날 오전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핫라인) 단절과 남북 불가침 합의 전면폐기 등을 선언하면서 최고조에 달한 긴장감 때문인지, CIQ는 을씨년스러운 적막감에 싸여 있었다. 때마침 북한 공휴일인 '부녀절(婦女節)'로 개성공단으로 출경하려는 차량과 인원도 없어 사무소 안팎은 너무도 고요했다.

경비인력은 사무소를 찾은 낯선 취재진을 향해 "어디서 왔냐"며 경계심을 내비쳤다. ┃관련기사 3면

비슷한 시각 북한군 GP와 지척거리인 파주 도라 전망대. 1987년 1월부터 민간에 공개된 이곳은 김일성 동상과 북한 기정동마을 등을 망원경으로 직접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 안보관광지이지만 이날은 불안한 남북상황을 반영하듯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다.

관광객 이재영(50·여)씨는 "(서부전선 최북단이란) 상징적인 곳인 만큼 꼭 한 번 와보고 싶었지만,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이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도라 전망대 방문객은 831명으로 하루 전(7일) 보다 653명이나 줄었다. 내국인의 경우 299명에 그쳐 전날 내국인 방문객 953명에 비해 확연히 적었다.

인근 통일촌 주민들은 불안감 속에서도 북한의 추가적인 무력 도발은 없을 것으로 확신하는 등 침착한 모습이었다. 1973년부터 통일촌에 입주했다는 이모(72·여)씨는 "북한이 위협할 때마다 불안하지만 정부에서도 국민의 불안을 알고 잘 대처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군사분계선과 7㎞ 가량 떨어진 임진각을 찾은 내외 관광객들에게 남북 상황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보였다. 6대의 관광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중국관광객들은 3~5명씩 짝을 이뤄 '자유의 다리'와 '경의선 장단역 증기 기관차' 등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또 경기평화센터에서 김일성·김정일 생일에 1병씩 보급됐다던 오발주(烏髮酒)와 북한 국민술로 꼽히는 들쭉술을 신기하다는 듯 구입하기도 했다. 긴장속의 평온, 통일교 주변 민간인통제선 안팎의 표정이었다.

/이종태·김민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