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핫라인) 단절과 남북 불가침 합의 전면폐기 선언으로 한반도 군사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지난 8일 오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가 개성공단으로 출경하려는 차량과 인원이 없어 적막감에 싸여 있다./김종택기자
한·미 연합훈련 앞두고
최후 전면전 돌입 '엄포'
DMZ 주민 차분한 일상
안보불감증 심각 지적도


정전 60년 동안 한반도의 군사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 주말, 남과 북의 '비등점(물의 끓는점)'의 차이는 확연했다.

북한은 지난 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남북간 맺은 불가침 합의를 전면 폐기하고 판문점 연락통로를 단절한다고 선언하더니 한·미 키리졸브 연합훈련을 하루 앞둔 10일에는 급기야 '침략자들에게 무자비한 복수의 철퇴를(노동신문)'이라고 위협했다.

만반의 전투태세를 갖추는 등 최후의 전면 대결전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표적 안보 관광지인 파주 임진각을 찾은 관광객들의 표정에서 이같은 군사 긴장감은 엿볼 수 없었다.

외국 관광객들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신기한듯 카메라에 임진각 주변 풍광을 담으려 연거푸 셔터를 눌렀고, 내국인들은 평화누리공원을 걷거나 경기평화센터 3층 찻집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겼다.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제3땅굴을 견학한 관광객이 지난 9일 하루에만 1천676명이었다.

관광객 이양희(34·여)씨는 "북한이 강경 발언으로 위협한 적이 어디 한 두번이냐"며 "봄 기운이 완연한 이때에 괜히 불안에 떨 필요가 뭐 있냐"고 말했다.

비무장지대(DMZ) 속 파주 대성동 주민들도 큰 동요 없이 대체로 차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군사분계선과 400여m 떨어진 이곳 주민들은 농기구를 점검하는 등 농사 준비에 한창이다.

대성동 주민 김모(52)씨는 "북이 도발할 때마다 '혹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불안하긴해도 큰 동요는 없다"며 "(분단 현실속에 수십년을) 살았기 때문에 북의 반복되는 도발위협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연평도 포격 사태를 직·간접적으로 체득한 서해 최북단 백령도 주민들에게서 최악의 군사 긴장감을 읽을 수 있다. 백령도 주민들은 어업을 준비하면서도 "주민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고 섬 상황을 묻는 외지인의 문의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한·미 연합군의 뛰어난 국방력 덕분에 전쟁 억지력이 유지, 북한이 쉽게 도발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상당하다.

육군 1사단 관계자는 "우리 군은 최상의 전투준비 태세를 갖춰 북 도발시 적을 즉각적으로 무력화시킬 만반의 준비가 돼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우리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주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