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가 '가고싶은 나라' 1위
무상교육·의료 평등 삶 보장
가난하지만 '행복'이 국정지표
젊은여성 기도 "인류 평화" 감명
한국도 신뢰의 정치를… 고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꼽는 가고싶은 나라 1위가 '부탄왕국'이라고 한다.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히말라야 깊은 산중에 위치해 어디를 보아도 설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과 아직도 전통 복장을 입고, 전통 가옥이 그림같은 나라에 대한 호기심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좀 다른 관심을 가지고 지난 겨울 부탄을 다녀왔다. 97%의 국민이 행복을 느끼는 나라, 부탄 정부는 '행복'이라는 극히 추상적인 개념을 어떤 입법 과정을 거쳐 어떤 정책기조로 국민의 삶에 녹아있는지에 대한 학문적 관심과 그런 정부하에 국민들의 실제적 삶은 어떤지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부탄은 인도와 중국을 경계로 히말라야 깊은 산중에 숨겨진 인구 70만명의 작은 나라이다. 2008년 5대 국왕인 남겔왕축이 자발적으로 국민을 설득해 입헌군주제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왕의 자리가 세습되는 절대군주제 나라로 공장도, 고속도로도, 철도도 없이 험산에 둘러싸여 국민 대다수가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하는 아주 가난한 나라이다. 국가를 유지하는 예산의 대부분은 지형을 이용해 생산되는 전기를 인도에 수출하여 얻는 비용과 여행자들에게 받는 입국비(1일 체재비가 250달러), 그리고 약간의 농산물 수출에 의존한다. 정부는 그 비용을 가지고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무상교육과 평등한 삶을 보장하는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강대국을 지향하기보다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국정지표로 삼고 있다. 은둔의 왕국이 처음 국제사회의 관심권에 들어오게 된 것은 1976년 제4대 국왕인 신게왕축이 'GDP가 아닌 국민들의 행복지수(GNH·Gloss National Happiness)를 기준으로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전세계를 이끄는 중요한 흐름인 물질적 삶을 측정하는 대표 지표인 국내총생산(GDP)보다는 지속가능 발전을 포함하는 GNH 발표에 실제 국제사회는 너무 상식밖 주장이라는 반응이었고,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부탄에 집중하고 있다. 행복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막장을 보고부터 세계 각국의 중요 정책지표가 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들여다보면 내용은 좀 다르지만 박근혜 정부 역시 '국민행복'을 국정목표로 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책은 그 국가가 처한 상황과 국제 정세 흐름, 국민적 욕구를 통합해 세워지게 된다. 당시 왕은 부탄이 위치한 지리적 위치와 산업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 그리고 부탄 고유의 공동체 문화와 불교 중심 종교관을 유지하면서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으로 GNH를 채택했다고 한다. 40년 전 만들어진 GNH의 내용은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 및 경제 발전', '문화 보존 및 진흥', '환경보호', '굿거버넌스' 등 4개 축을 중심으로 해서 9개 부문 33개 지표로 구체화되어 있다. 이 지표는 그 나라 모든 정책에 우선하는 기초 가치로 법률로 제도화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가서 직접 본 부탄의 모습은 어떤가?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비교적 행복해 보였다. 부탄은 국가 전체가 청결하였고, 친절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한국 드라마를 보아 한국말로 인사를 하던 야채가게 처녀, 서점에서 만난 사진작가, 사원에서 만난 중년 여성, 사원 탑돌이를 하는 노인까지 걱정이 없이 편안하다고 말하고, 그 표정 역시 편안해 보였다. 출근길에 사원을 돌며 기원하는 젊은 여성의 기원은 '인류 평화와 공존'이라고 한다. 그 순간 내가 너무 왜소해 보였다.
잠깐 머무름으로 한 사회를 평가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국왕과 정부에 대한 신뢰는 부탄의 큰 자산이고 정말 괜찮은 지도자를 둔 부탄 국민의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회의 지도자를 포함해 정부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에 시민사회 단체의 역할을 고민하면서, 자본주의의 침략으로부터 그곳이 잘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행을 마쳤다.
/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