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진출로 중소 렌터카 업체들, 이미 벼랑끝에 몰렸는데…."

수원시에서 23년째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요즘 매출을 보면 죽을 맛이다. 아무리 불경기라고 하지만 일주일에 10건도 채 계약하기 어려울 만큼이나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KT금호와 AJ렌터카 등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렌터카 업체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우리같이 영세한 렌터카 업체들은 이미 설 곳을 잃었다"며 "전국 체인망에다 가격도 터무니없이 싸게 하는데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이기겠냐"고 하소연했다.

KT금호와 AJ렌터카에 이어 불황에 따른 매출 하락으로 새 돌파구를 찾던 대형마트들까지 렌터카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뜩이나 어려워진 렌터카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롯데마트는 13일 CXC모터스(주)와 제휴를 맺고 서울 잠실점, 구로점, 창원점, 키즈마트부산점, 대덕점 등 5개 점포와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마트몰에서 자동차렌털 사업을 시작한다.

특히 롯데마트가 주력하는 렌터카 사업분야는 장기렌터카로 차량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최소 12개월에서 최장 55개월까지 장기적으로 차량을 임대해주는 사업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해 5월 셰어링 전문업체인 그린포인트와 제휴를 맺고 시간 단위로 차를 빌려 쓸 수 있는 '카 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까지 1개 점포당 월평균 50명이 이용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부터는 인천연수점에서 최장 12~60개월까지 장기렌트가 가능한 렌터카 사업도 진행, 월평균 200건의 상담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의 갑작스러운 시장 진출로 그동안 중소업체들로 이어져 온 렌터카 시장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경우 대규모 자본을 동원, 다양한 차량을 보유하고 전국 체인망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차를 빌려줄 수 있기 때문에 중소 렌터카 업체들은 사장될 위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렌터카조합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도내 6개 업체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렌터카 시장은 렌터카 사업자의 96%가 500대 미만의 중소사업자들인 데다 100대 미만의 소규모 영세 사업자도 50%를 넘고 있다"며 "전통시장이나 동네 빵집처럼 우리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