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산업단지가 도내 지자체들이 경제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채 경쟁적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도내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13일 오후 7년간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평택시 도일동 브레인시티 조성사업 예정부지에서 브레인시티 조성을 찬성하는 한 주민이 예정부지를 바라보고 있다. /하태황기자
경제성 기대하며 투자한 업체
지구지정 해제로 '청천벽력'
6년간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계약금 수억원 날리게 될 판


1962년 울산 공업지구가 최초의 산업단지로 지정된 이후 산업단지는 50여년동안 전국적으로 1천개를 돌파하며 우리 경제 성장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산업단지 조성에 매달리면서 물량은 과잉공급되고 미분양은 증가해 애물단지로까지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했던 국가산업단지는 심각한 노후화로 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성장동력 '엔진'이 멈춰설 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확산되고 있다. 경인일보는 위기에 몰린 산업단지의 실태와 현황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과 지원방안을 모색해 본다. ┃관련기사 3면 ┃편집자 주

"멀쩡한 남의 땅을 6년이나 아무 것도 못하게 묶어 놓고 이제와선 나몰라라하고 있습니다. 대토로 땅을 계약했다가 지구지정이 취소되는 바람에 계약금만 날리게 됐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지난 11일 평택시 서탄면 수월암리 일대. 계획대로라면 오는 6월까지 7천544억원이 투입돼 154만5천㎡ 규모의 복합산업단지(서탄산업단지)가 들어섰어야할 이곳은 휑한 논바닥에 잡풀만 무성해 주인없는 황무지를 방불케 했다.

지난 2008년 일반산업단지 지구로 지정된 이후 인근 지역 주민들의 든든한 밥줄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꿈은 5년만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사업 시행사가 3천8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더니 결국 지난달 5일 전격적으로 지구지정이 해제됐기 때문이다.

사업 수용 예정지에서 공장을 운영해오던 업체들은 그동안 너도나도 은행 대출을 얻어 대체 공장용지를 마련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았지만, 조만간 보상금만 지급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에 지구해제는 곧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30년간 주방용품 공장을 운영해온 최모(62)씨는 "곧 보상금이 지급된다는 말에 이전부지를 계약했다가 계약금 1억원만 날리게 될 판"이라며 "평택시가 시행사의 자금력과 실천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지구지정을 고시한 만큼 집단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흥분했다.

최씨처럼 대토를 구입하거나 부지이전을 추진한 업체는 모두 10여곳으로 대부분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날리고 벼랑끝에 내몰려 있는 처지다. 이들에게 6년동안 건축행위가 불허되는 등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억울함은 '덤'에 불과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지구지정 해제는 지주들의 선택이었다. 사업시행자의 재정난으로 어쩔수 없게 됐다"며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로확포장 공사, 도시가스 공급 등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발전계획을 준비중"이라고 해명했다.

/임명수·이경진·민웅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