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여파 평택지역 투자심리 '꽁꽁'
사업구역 잇단 축소·브레인시티사업 '무산위기'
단체장들 치적쌓기용 무리한 사업 추진도 한몫
최근까지 평택시는 경기도에서 '가장 잘나가는' 지역으로 꼽혔다. 논과 밭이 전부였던 이곳에 삼성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들어선 데다 미군반환신도시 개발로 인한 인센티브 등의 탄력을 받아 '장밋빛' 청사진을 좇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하지만 비약적인 발전 뒤에는 어두운 이면이 있었다. 경기침체로 인해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민간사업자들이 산업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서해안 골드벨트(Gold-Belt)'의 중심축으로 개발하려고 했던 황해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는 6분의 1 수준으로 축소돼 추진중이고, 평택시 도일동 일원에서 추진중인 브레인시티 사업은 주민들간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평택 서탄지구는 지난달 5일 지구지정 취소가 됐다.
■ 평택시 산업단지 곳곳에서 잡음
경기도와 충청도 경계에 위치한 평택시는 대기업들의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으로 개발 열기를 한창 끌어올렸다. 실제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산업단지 공급계획에 따라 평택시는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총 6차례에 걸쳐 471만1천671㎡를 배정받았다.
이런 상황에 평택시는 미군기지 이전 특별법에 따른 국토해양부 배정 물량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4차례에 걸쳐 1천421만4천㎡를 받아 총 1천892만5천671㎡의 산업단지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평택시의 산업단지는 확보된 물량과 간소화된 산업단지 인·허가 특례법의 개발 붐을 타서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 등에 의해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 등 세계적 경기침체가 드리워지자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들은 산업단지 개발을 멈췄고 이에 주민들간 극심한 갈등을 겪는 상황이 도래됐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지식경제부가 2008년 5월 서해안 지역을 대중국 무역 전진기지로 키운다는 취지 아래 포승지구를 비롯해 충청남도 포함 5개 지구, 총 5천500만㎡ 규모를 지정했지만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사업구역이 대폭 축소돼 사업이 추진중이다.
이보다 앞서 2007년에 추진됐던 평택 브레인시티 사업은 현재 사업시행자가 정해진 기일까지 결국 약속(정확한 자금조달 계획 등)을 지키지 못해 무산위기에 처해 있다.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들의 격렬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6년동안 주민들의 재산권을 묶어놨던 평택 서탄산업단지는 시행사가 보상비 3천800억원에 대한 자금확보 방안 및 계획을 내놓지 못해 결국 지난달 지구지정이 해제됐다. 이에 대해 평택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경기침체이지만 법이 완화되면서 민간기업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생겼다.
지금부터라도 경기도와 함께 사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민간사업시행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해 주민들이 고통을 겪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왜 과잉공급되나
수도권에 조성중인 산업단지 중 상당수가 팔리지 않고 있다. 입주를 포기하는 곳까지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무리하게 부지만 조성해 공급과잉이 초래된 것이 원인이다.
도내 일선 시·군들이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며 부지 물량을 배정받아 놓고 실제 조성사업은 미루고 있어, 일단 물량만 확보해 놓고 보자는 '사재기식' 사업 추진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도내에서 물량이 배정되고도 조성을 위한 실시계획 인가는 신청하지 않고 있는 산업단지 면적은 모두 11개 시·군 24개 지구 928만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양주시는 봉암지구, 봉양지구 등 2개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며 2006년 53만1천㎡의 물량을 배정받았지만 아직 후속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 양주시는 시 자체 사업이 어려워 민간이 참여할 경우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시도 2008년부터 법원1·2지구를 조성하겠다며 70만여㎡를 배정받았으나 5년여간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평택시의 경우 2007년 4월부터 브레인시티, 한중테크밸리 등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모두 500만㎡ 이상의 산업단지 면적을 배정받았으나, 공급과잉으로 인해 현재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도는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자금 확보의 어려움 때문으로 보고 있지만, 단체장들이 치적용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일선 시·군들이 무턱대고 산업단지 물량을 확보하면서 산업단지 과잉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시·군과 산업단지 활용이 잘 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는 산업단지 특례법상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을 동시에 추진토록 하는 규정을 이용, 장기간 사업추진이 이뤄지지 않은 배정물량을 회수할 계획이다.
■ 경기도 산업단지 현황
경기도내 입지한 산업단지는 총 152개소로, 이 중 73개소가 조성이 완료됐고 43개소가 조성중이고 36개소가 조성계획 중에 있다.
단지 유형별로는 국가산업단지가 5개소, 일반산업단지 144개소가 조성완료 및 조성 중에 있고, 도시첨단산업단지는 2개소, 농공단지는 수도권내 입지제한으로 인해 안성 미양농공단지가 유일하다. 산업단지 분포도를 보면 대부분 경기북부와 남부의 성장관리권역에 편중돼 분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임명수·이경진·민웅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