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을 1년여 앞두고 노동조합의 불모지대인 사회의 엘리트층과 하층부에서 노조결성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 노동운동의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 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노동자임을 거부, 노조결성을 꺼려했던 조종사 교수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아예 노조결성이 불가능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속속 노조결성이 이뤄지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의 노조결성은 지난 5월31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진통끝에 노동부의 승인을 받아내면서 구체화됐다.
지난 10월31일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50여명은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교수노조기획단 발족식을 가진 뒤 대학교수의 노조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66조와 사립학교법 제58조의 개정을 요구하는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3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지난 9월말에는 일부 전공의들이 노동부에 의사노조를 설립하는데 법적 장애가 없는지를 묻는 등 전문직 근로자의 노조 결성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의사나 교수 등 전문직 근로자는 사회적 영향력이 커 노조결성 자체만으로 병원과 학교 등 사용자에게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단체행동에 들어갈 경우 사회적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체 근로자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조결성은 이미 급류를 타고 있다.
지난해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면서 본격화된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조결성은 골프장 경기보조원·학습지교사·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형태의 여성근로자, 은행의 여자행원·백화점 점원 등 계약직 근로자, 목욕봉사원·파출부 등 다양한 직종으로 확산돼 노조세분화에 불을 붙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도 '독자노조'의 승인을 요구하며 5일까지 파업찬반투표를 진행, 가결될 경우 오는 7일 오전 6시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조가 직종별로 세분화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단위사업장에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현재의 추세는 급류를 타 노조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禹榮植기자·yswoo@kyeongin.com
복수노조, 노동운동 새로운 변화의 조짐
입력 2000-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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