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의심할 일이다. '명예교황'이라는 호칭도 있다. 지난달 말 중도 퇴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퇴임 후 호칭을 '명예교황'으로 결정했다고 로마 교황청이 발표한 건 퇴임 이틀 전인 26일이었다. '명예' 호칭이라면 그 흔해빠진 명예교수를 비롯해 명예박사, 명예총장 등 대학가 '명예'부터 떠오르고 명예영사, 명예총영사, 명예시장, 명예시민, 명예경찰, 명예회장, 명예회원, 명예퇴직, 명예제대에다가 명예훈장, 명예혁명 등만 있는 걸로 알았던 상식에 금이 가는 격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첫째 600년만의 재임 중 퇴임, 둘째 명예교황 호칭 취득 말고도 세 번째 기록 하나를 더 세웠다. 그건 바로 퇴임 날짜인 2월 28일부터 새 교황 프란치스코 취임식인 19일(오늘)까지만 유효한 역사상 최단 유통기간의 기념우표와 메달, 경화(硬貨)를 발행했다는 점이다.
중국엔 '명예표(名譽票:밍위퍄오)'니 '명예권(名譽券:밍위취엔)'이라는 말도 다 있다. 정해진 가격에다가 의연금 등을 부가한 입장권 따위가 명예권이다. 아무튼 퇴임 교황한테도 꼭 그런 '명예' 호칭을 붙여야 하는가 싶은 '명예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퇴임 나흘 전인 지난달 24일 최후 일요예배에서 "이제 나는 순례자일 뿐입니다"라고 선언했고 퇴임 후에도 교황 직인이 새겨진 그 상징적인 '어부 금반지'와 망토만을 벗고 흰 법복은 그대로 걸친 채 피아노 연주도 즐기고 뉴스도 시청하는 평범하지만 아직도 '명예' 호칭이 따라붙는 '순례자 교황'으로 돌아간 것이다.
오늘 즉위하는 프란치스코 새 교황은 지난 14일 추기경 114명의 첫 미사(시스티나성당)에서 "정신적 개혁을 망각하면 가엾은 자선단체가 될 위험성이 있다"고 했고 "취임 미사엔 외국 수뇌 등 누구도 초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아르헨티나 신도에겐 "비싼 돈 들여 멀리서 오지 말고 그 돈을 가난한 이웃에 기부하라"고 했다. 그는 혹여 대중음악 팝(pop)과 '아빠'의 속어 팝(pop), 교황 'pope(팝, 폽)' 발음이 같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닐까. pop은 또 죽다, 권총, '뻥 소리나다' 뜻도 있다. 대중 속 가장 깊은 곳의 교황으로 후세에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