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家네 김밥 김용만 회장은 양심과 맛으로 승부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며 앞으로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 개혁을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프리랜서 조형기기자
모두가 고개 젓던 김밥으로 돌직구 승부

전국 유명한 분식점 찾아다니며 맛 연구
손님앞에서 김밥 만드는 '쇼케이스 전략'
입소문 타고 대학로 유명 맛집으로 명성

역경을 기회로… 가맹점 상생 이끈 '소통의 힘'

IMF 경제위기, 음식 질 유지하며 극복
가맹점끼리 상권침해 자제해 분쟁줄여
본사와 지속적인 교류통해 서로 '윈윈'


서울 대학로의 작은 '동네 김밥집'에서 출발해 현재 전국 430여개 가맹점포와 중국 칭다오점 등 해외까지 진출한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CEO로 성공을 이룬 '김家네' 김용만(56) 회장.

한국프랜차이즈협회 4대 회장으로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표했던 김 회장은 김가네의 성공 비결에 대해 "운과 때, 기회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가네의 성공은 운과 때, 기회뿐만 아니라 철저한 준비, 맛과 원칙, 서비스 등 고객과의 신뢰가 밑바탕이 된 결과물이다.

#김밥 프랜차이즈는 '달걀 세우기'

군에서 제대한 뒤 전봇대를 세우던 강원도의 통신회사에 2~3년간 직장생활을 접고 서울로 상경한 김 회장은 주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도시계획으로 가게 절반가량이 헐리게 되면서 가게를 접고 사실상 실업자 생활을 하게 됐다.

그후 부인 박은희 김가네 사장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기도 했던 김 회장은 김밥 창업 아이템을 생각하고선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분식점은 모두 찾아가 김밥을 먹어보며 맛을 연구하다 1994년 4월 서울 대학로에 50㎡ 규모로 김밥집을 열었다. 이곳이 바로 김가네 본점이다.

김가네가 대표적인 외식전문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을 한 것에 대해 김 회장은 '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에 비유했다.

김 회장은 "콜럼버스가 달걀 밑을 깨서 세울 때까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했었다"며 "20년 전만 해도 프랜차이즈에 대해 개념조차 없을 때였고 더구나 김밥은 소풍가는 날 어머니가 집에서 싸 주거나 동네 분식점에서 새벽에 싸놓았던 것을 내놓는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주방에서 내놓는 김밥 대신 손님들의 주문을 받으면 손님 앞에서 김밥을 말아주는 쇼케이스 전략과 즉석김밥으로 차별화를 시도했고 김밥 소도 종전 4~5가지에서 9~11가지로 늘려 이윤보다는 맛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또 실내 냄새를 밖으로 빼내는 후드를 가게 뒤쪽이 아닌 앞쪽에 설치해 밥과 참기름, 소금 등을 버무릴 때 나는 고소한 냄새로 지나가던 손님들을 유혹하기도 했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스포츠 신문 먹거리 코너에 소개될 정도로 대학로의 맛집으로 인기를 끌었다.

김 회장은 "인근 학교에서 소풍을 가는 날이나 단체 등산으로 예약 주문이 들어오는 날이면 몰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준비를 했었다"며 "힘도 들고 짜증도 많이 났지만 고객과 신뢰를 위해 참고 견딘 것이 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 김家네 김밥은 철저한 준비, 맛과 원칙, 서비스 등 고객과의 신뢰를 밑바탕으로 가맹점과 상생을 이끌어가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윈-윈 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사진은 가맹점의 내부 전경.
#'역경'은 바로 '기회'

성공가도를 달리던 김 회장도 1997년 IMF 경제위기를 비껴가지 못했지만 오히려 IMF가 성공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2천원하던 김가네 김밥의 절반 가격인 1천원짜리 김밥 프랜차이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특히, "일부 김밥가게에서 즉석 김밥에 중국 찐쌀을 사용한다"는 뉴스보도로 인해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등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김 회장은 "후발 김밥 프랜차이즈처럼 가격을 내려야 하나 고민도 많았지만 아무리 어렵더라도 최소한 먹고 자는 것만큼은 좋은 것으로 해야 한다는 신념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돈은 없어도 먹을 거리 질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인정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IMF 경제위기를 벗어나면서 '내가 먹을 때는 벤치마킹 프랜차이즈를 찾지만 대접할 때는 김가네를 찾는다'는 등식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성공은 단순히 맛과 원칙으로만 설명되기 힘들다. 가맹점포들과의 상생과 혁신이 없었다면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기 때문.

김 회장의 김가네는 3천세대 이상, 가맹점포와 최소 1㎞ 이상의 거리유지 등 안정된 상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새로운 가맹점을 개설해 주지 않는다. 특히, 가맹점을 개설할 때 가맹점주와 상권을 직접 표시한 지도를 나눠가져 상권 침범금지 등의 본점과 가맹점간의 분쟁소지를 줄이면서 서로 신뢰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몇 년 전 IMF때 부도가 난 출판사 사장이 기존 가맹점과 800m 정도 떨어진 곳에 가맹점을 열겠다고 6개월이나 쫓아다녔지만 기존 점주의 반대로 가맹점을 허가해 주지 않았다. 기존 점주에게 영업 피해가 발생하면 본사에서 책임지겠다고 설득했고 새로 문을 연 가맹점은 매출이 평일 250만~300만원, 주말 5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손꼽히는 가맹점이 된 일화도 있다.

뿐만 아니라 김가네는 자체 연구소를 통해 신메뉴와 기존 메뉴의 리뉴얼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진행하면서 연 1~2종류의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으며 매년 고객 모니터링 및 가맹점주 설문조사, 메뉴테스트, 미스터리 쇼퍼 운영 등 다양한 선호도 조사와 변화하는 고객 니즈를 바탕으로 트렌드와 대중성을 갖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가맹점주 지원시스템으로 본사와 가맹점의 상생경영 기반 하에 가맹점주 교육, 마케팅, 가맹점 매출부진 시 회생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가맹점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오고 있다.

김 회장은 "장사가 안 되면 분쟁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점에서 김가네는 분쟁이 없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혁신만이 살 길

무엇보다 독자적인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구축해 가맹점 소통과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원활한 물류 배송을 위해 영업부를 전담 배치하고, 당일 배송을 통해 가맹점의 원활한 운영을 돕고 있다. 가맹관리 부서는 가맹점의 운영 관리와 맛에 대한 교육 점검, 신규 가맹점 개설 등을 진행한다.

이를 지원해 주는 마케팅 전략, 홍보 등을 담당한 마케팅부서가 전반적인 전략 및 기획, 이벤트, PR 등을 수행하며 이러한 일련의 조직 시스템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가맹점주에게 최상의 시스템을 제공하고 본사와 가맹점이 동시에 Win-Win 할 수 있는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가맹점 등 관리를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점주들에게 항상 혁신, 개혁을 강조한다"며 "올라가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지만 양심과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신념은 계속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