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육사 출신 3명이나 주요 보직에 내정
'김병관 불가론' 속 해군·공군 박탈감 고려를
박근혜 정부, 군심과 민심 동시에 달랠 '카드'


박근혜 정부의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는가 싶더니만 군데 군데서 파열음이 들린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두 아들 병역면제 및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인한 자진 사퇴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도 미래부 기능을 둘러싸고 벌어진 정국 파행을 이유로 전격적으로 내정자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번에는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가 '주식 백지신탁제도'란 복병을 만나 또 사퇴했다. 황철주 후보자의 개인적 실수도 있지만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인선된 3명의 공직후보자가 청문회도 열기 전에 낙마한 것이다.

게다가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병관 국방장관에 대해서는 아직 임명조차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에게 임명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이들의 임명을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특히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김병관 불가론'이 워낙 강해 정부조직법의 여야 합의가 이뤄진 마당에 국방장관만이라도 대통령이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새로운 국방장관은 비육군 출신에서 고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정부 권력 핵심부에 이미 육사 출신이 중용됐기 때문이다. 육사 27기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노무현 정부 국방장관, 이명박 정부 여당 비례대표 의원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또 중용됐다. 육사 28기인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은 청와대 경호실장에 발탁됐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육사 동기로 25기인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은 국정원장에 내정됐다. 육사 출신이 국회와 청와대, 정보기관, 군 핵심부에 포진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육사 출신에 대한 신뢰가 아무리 특별하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새 정부 주요 직책에 군 출신들이 많이 포진한 것을 두고 군에서는 반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육군에 국한한다는 얘기다. 해군과 공군 내부에서는 섭섭하지 않을 리 만무다. 육해공군의 합동성을 강화해야 하는 우리 국군의 중요한 시점에서 육군 일색이자, 더욱이 육군사관학교 출신들만 새 정부 안보와 정보 주요 라인에 배치한 것은 해군과 공군에 있어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국방장관만큼은 오랜만에 비육군 출신으로 임명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군별 나눠먹기는 물론 아니다. 나라를 지키는 일에 육해공군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군별(軍別) 갈등과 사기(士氣)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군과 공군에서 국방장관을 배출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초대 이범석~제43대 김관진 장관에 이르는 동안 5~6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해군 출신이 국방장관을 지낸 경우는 1953년 손원일 제독과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4년 윤광웅 장관 등 단 두 차례이고, 공군은 김정렬 주영복 이양호 장관 등 세 차례이다. 해병대 출신은 단 한 차례 1963년부터 5년간 김성은 장관이 지낸 바 있다. 민간인 출신 7명을 제외하고는 28명의 육군 출신이 국방장관을 지냈다. 군 출신별로 따지면 육군이 80%에 이른다.

현대전은 지상군도 중요하지만 해군력과 공군력 그리고 특수부대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경우 점차 해군력 증강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댜오위다오 분쟁과 일본의 허무맹랑한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보면서 해군력 증강에 힘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연일 계속되는 위협에도 국방장관 임명을 놓고 대통령이 계속 고심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비육군 출신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는 카드를 쓴다면 박근혜 정부가 군심과 민심을 동시에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준구 객원논설위원·경기대 국어국문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