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11월 28일 오후 5시 33분 뉴욕 5번가의 셰리 네덜란드 호텔 휴대품 보관소로 들어가는 이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잠시 후… 한 발의 총성. 초로의 신사가 자신의 관자놀이에 32구경 권총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그가 아내에게 남긴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모든 것들이 내게 등을 돌려버렸어. 나는 실패자야. 미안해'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 월 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투자자. 오늘날 주식 매매기법에서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추세매매기법을 확립한 '월스트리트의 곰'이다. 폭풍 같은 공매도 공세로 투자자들을 떨게 만들었던 시세조종의 대가. 1929년 대공황이 닥치기 전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투자기법)로 2조원을 벌어들인 주식의 귀재다. 이렇듯 그에게는 온갖 수식어가 따라 다녔지만 세 번의 성공과 세 번의 실패를 경험한 그의 종말은 이렇게 비극적이었다. 생전에 그는 보석보다 더 영롱한 수많은 주식관련 어록을 남겼다. 그중 주가를 조작하는 이른바 작전세력들에게 남긴 뼈아픈 한마디. "주가 조작시 주식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면 당장 멈춰야 한다. 절대 주가의 움직임과 싸우면 안된다. 조작자가 주식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그 게임은 끝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주가조작사범에 대한 엄벌을 주문했다. 주식시세조종이 갈수록 복잡하고 교묘해져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동안 주식시장에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함께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왔었다. 인터넷을 이용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나 파생상품시장과 현물시장을 연계한 시세조종 행위, 수십 개의 계좌를 동원해 내놓는 수만 건의 허수주문. 작전세력들이 즐겨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심지어 증권전문방송에 출연하는 전문가들도 작전주에 가담하는 사례가 늘어나 요즈음 이들을 잡아들이느라 검찰이 바빠졌다. 작전주 매매는 추악한 거래다. 개미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작전세력의 말로가 해피엔딩이었던 적은 없다. 비참한 결말. 작전세력이 추방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