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협 K-water 아라뱃길사업본부 운영처장
예로부터 한강과 서해가 만나는 곳은 손돌목과 같은 험한 물길이 많았다. 그래서 고려와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인천~강화(손돌목)~한강으로 운항하는 위험한 항로 대신 조운선 운항에 적합한 안정적인 항로(인천~한강)를 확보하고자 인공 운하굴착을 여러 번 시도했다. 그러나 빈약한 기술과 장비로 번번이 그 꿈을 접어야만 했다. 한강에서 부평평야를 가로질러 인천만에 이르자면 부천·인천(부평구,계양구)을 감싸는 듯한 형세의 산줄기(소래산-만월산-원적산-천마산-계양산)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의 암반이 걸림돌이 되었다. 땅 속의 암반으로 인해 더 이상 수로 굴착을 할 수 없다는 뜻의 '원통고개', 고개 너머로 물을 넘기려 한 '무네미(물넘이)고개', 더 이상 굴착을 안 한다는 포기의 '안하지고개'가 바로 그것이다.

21세기에 이르러 경인간의 물길을 열고자 했던 조상들의 간절한 염원이 실현됐다. 아라뱃길 개통으로 우선, 굴포천 유역의 상습 홍수피해를 겪어야 했던 주민들의 귀한 생명과 재산을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인천 서구, 부평구, 계양구 및 부천시 중동, 상동, 원미구 등 15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굴포천 유역의 빗물은 평상시에는 굴포천을 통해 한강으로 배수가 가능하나, 홍수시에는 굴포천 수위보다 한강의 수위가 높아져 범람을 일으키는 지형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둘째, 아라뱃길의 양끝에는 수도 서울의 관문 격인 경인항이 위치하여 여객과 화물을 바다와 내륙으로 연결하는 한국 최초의 새로운 운하문화를 창조하게 되었다. 현재 유람선 5척이 운항중이고, 금년 중 서해섬, 여의도 등으로 항로가 넓혀질 계획이며, 수상택시까지 운행하여 좀 더 많은 국민들이 뱃길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물은 부두운영사에서 선박을 통해 국내외로 수송되고 있으며 현재 국제항로로 정기화물선이 중국 칭다오, 톈진으로 운항 중이다. 특히 초중량물 운송은 아라뱃길만이 해낼 수 있는 특별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강에 설치된 31개 교량은 화물이 40t 이상일 경우 통행제한을 하고 있어 서울 4대문 및 경기북부권으로 초중량물 반입이 어려운 현 실정을 감안할 때, 뱃길을 통한 초중량물 운반은 국내 복합화력 발전 설비, 교량, 건축설비 등 중량활대품에 대한 설계·시공 및 운반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경인항(인천, 김포)을 중심으로 조성된 물류단지는 화물과 물류 뿐 아니라 여객·관광·레저까지 가능한 복합 멀티단지이다. 특히 뱃길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전거도로(36㎞)와 수변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수향8경, 파크웨이를 따라 친수시설들이 곳곳에 다채롭게 조성되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신생 항만 대부분이 그렇듯이 운영 초기단계인 아라뱃길 역시 해결해야할 과제가 없지는 않다. 경인항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진입도로 연결 등 기반시설의 확충, 배후 물류단지의 물류기능 확보, 화물, 선주 유치 등 물적,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제반 사항이 많다. 이러한 과제는 K-water와 관련 지자체 및 중앙정부가 상호 협력하여 장기적으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것이다.

/이병협 K-water 아라뱃길사업본부 운영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