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인사 대란으로 박근혜 정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사퇴부터 시작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내정자까지 중도 사퇴하고 보따리를 싸 미국으로 돌아갈 때만 해도 국민들은 정권을 걱정하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야당의 몽니가 지나치다는 여론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잘 된 인사로 평가받던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마저 주식신탁제도에 걸려 사퇴하고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특혜기업 주식보유 사실이 뒤늦게 들통나면서 청와대를 향한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다.

이뿐 아니다. 최근 최대의 고위 공직자 성상납 스캔들과 관련해서도 청와대가 파문에 휩쓸렸다. 이 사건은 꽤 오래전부터 사정당국의 내사가 진행됐던 모양이다. 청와대는 문제의 김학의 법무차관이 성상납을 받았다는 제보를 받았지만 경찰이 내사 사실을 부인하고 본인이 강력히 부인하자 문제없다는 판단에 따라 그를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뒤늦게 경찰의 내사 사실이 밝혀졌고 당황한 청와대는 경찰청장 전격 교체로 화풀이를 했다는 후문이다. 이 사건은 현재 김 차관의 실명과 사진까지 보도되는 지경에 이르면서 상상을 초월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 정도면 총체적 인사 대란이라 명명해도 무리가 없다. 주지하다시피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위협이라는 안보 위기 상황에서 출범했다. 준비된 정부로서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위기에 대응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후 연속적인 인사 실패와 정부조직 개편의 혼란으로 위기 관리에 구멍이 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실패한 인사에 대한 솔직한 시인과 진지한 반성, 그리고 인사 실패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정권 차원의 각성으로 인사대란을 신속하게 매듭짓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일찌감치 상실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신속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건의를 명분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또한 21일 김 차관의 사퇴로 매듭지을 것이 아니라 전면 조사를 지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미 고장난 것으로 드러난 청와대 인사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끝난 뒤 인사대란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정권의 일꾼을 뽑는 인사가 정권의 위기를 초래한 점을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